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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실명수집 논란’ 전상법 개정안, 어떻게 봐야 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 판매자들간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8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와 전자상거래법상 규율범위의 적절성’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3월 내놓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입법 예고를 마친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중개 플랫폼에 대해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보·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일면서다. 현재 이런 규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표적 사업자가 당근마켓이다.

문제의 조항은 전상법 개정안 제29조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개인판매자가 재화 등을 판매할 경우, 그 개인판매자의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개인판매자끼리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대방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 분쟁 해결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병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그러나 당근마켓의 경우 개정안 제29조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당근마켓은 계약 체결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대화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으며, 또 지역 기반이므로 대면 거래를 권장하고 있다”며 “이는 비대면 거래를 통해 실제 계약 체결이 오가는 전자상거래법상 중개 플랫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제29조가 당근마켓에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개정안 제29조를 당근마켓과 같은 중개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래가 어떤 식으로 일어났든 거래 중개를 했다면 발생하는 의무들이 있다”면서 “분쟁 해결에 대한 협조 의무는 중개 플랫폼에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이 개인간거래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수집 정보는 개인판매자의 연락처에 한정하고,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도 삭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위의 배현정 소비자정책국 전자거래과 서기관은 이에 대해 “입법예고 전후 사업자 의견수렴을 하면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서기관은 그러나 “중고거래와 같이 일회적으로 거래하는 개인판매자의 경우 사업자성이 없긴 하지만,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분명 연속성이 있고 사업자성이 있다”면서 “개정안이 플랫폼 사업자에 요구하는 것은 분쟁해결 협조, 그리고 결제대금예치제도가 있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라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배 서기관은 또한 “온라인중개거래 시장은 유통업계 추정 연 20조원 규모이고, 특히 지난해 경찰청이 추산하는 잠정 거래피해액은 898억원에 달한다”면서 “전자상거래는 소액피해가 많은데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개인판매자간 전화를 해서 사적으로 해결하거나, 그게 안 되면 분쟁조정기구 또는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개정안상 개념 정의에 있어 개인간거래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계를 대변하는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실장은 그러나 과도한 규제로 인한 플랫폼 생태계의 위축을 우려했다. 정 실장은 “사업자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시장의 경직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기존 시장에 없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도입해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팔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재량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사례뿐만 아니라 택시·대리운전 중개와 같은 다양한 온·오프라인연계서비스(O2O) 플랫폼들도 기존 전자상거래와는 다르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은 “플랫폼의 유형, 기능과 역할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전제되지 않는 입법은 자칫 과잉 입법으로 흐를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것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세미나는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가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온라인쇼핑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후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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