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떨치기 어려운 中 광물 의존도…"협력·지원책 불가피"

고성현 기자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SK온과 한국세라믹기술원의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적용 광소결 기술 연구 결과가 담긴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 표지 [ⓒSK온]
SK온과 한국세라믹기술원의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적용 광소결 기술 연구 결과가 담긴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 표지 [ⓒSK온]

SK온,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성과 공개…올 하반기 파일럿 라인 완공

SK온(대표 이석희)이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성과를 내며 기술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SK온은 국내 유수 대학·기관과 함께 진행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과제 결과물이 논문으로 작성돼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됐다고 13일 밝혔다. 일부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국내외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SK온이 김진호 한국세라믹기술원 박사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는 초고속 광소결(Photonic sintering) 기술을 적용한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 제조 공정 고도화가 핵심이다. 인쇄 회로 기판 공정에 주로 활용되는 광소결 기술을 배터리 제조에 접목시킨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이다.

해당 연구를 다룬 논문은 에너지·화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 저자 9명 중 6명이 SK온 구성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로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고체 전해질 종류는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나뉜다.

산화물계 전해질 소재는 리튬이온 이동 경로 및 기계적 강도 증가를 위해 일반적으로 1000도 이상의 고온 및 10시간 이상 열처리 공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제조 원가 부담과 더불어 소재의 취성 파괴와 같은 취약점이 대두되며 대(大)면적화가 과제로 여겨졌다.

SK온은 빠른 속도와 저온 열처리가 특징인 광소결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먼저 연구진은 조사된 빛 에너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유색 무기 안료를 발견해 산화물 전해질 소재에 적용시켰다. 이와 함께 선택적으로 수 초안에 열처리를 가능케하는 초고속 광소결 기술을 활용, 최적의 균일성을 갖는 다공성 구조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SK온 서산공장 [ⓒSK온]
SK온 서산공장 [ⓒSK온]

'서산 LFP 개조' 확정한 SK온, 中 라인 전환 검토 두고 고심

SK온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양산을 위한 생산 기지 선정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내 충남 서산 공장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안은 확정하면서 포트폴리오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고객사 등과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원가 절감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중국 옌청 공장을 일부 개조해 LFP 양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중국 옌청 공장 등 일부 양산 라인의 LFP 배터리 생산 전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계획은 아직 검토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 따라 검토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의 각형 배터리 공급 대상으로 유력한 고객사는 지리자동차그룹이다. 지난해 6월 SK그룹과 지리그룹이 전략적 사업 협약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다진 바 있다. 지리그룹은 산하의 지리자동차와 볼보, 폴스타 등 1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주력 모델에 SK온이 생산할 각형 LFP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는 값비싼 니켈·코발트 대신 인산과 철을 활용해 만든 제품으로 생산 원가가 낮고 화재 등 안정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과거에는 낮은 에너지밀도와 상대적으로 높은 무게로 전기차용에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는 셀투팩(CTP) 기술이 나오면서 입지가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가격이 수요 둔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SK온을 포함한 국내 3사도 전기차용 LFP 개발에 뛰어들며 중국 업체와의 직접 경쟁에 나서게 됐다.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음극재. [ⓒ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음극재. [ⓒ 포스코퓨처엠]

中 종속화 韓 음극재, 정부 지원 기대감 '반신반의'…"가격 경쟁력 확보 절실"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탄탄한 원료 공급망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저가 음극재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어 개별 기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보조금과 같은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지게 된다면 중국 기업과의 경쟁, 수익성 방어 등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흑연과 관련해 "국내에서 포스코(그룹)가 만들고 있는데 국내 생산 촉진 방안을 새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검토 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 5조원 규모로 조성된 정부의 공급망안정화기금과는 별도의 재정 사업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지원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흑연은 배터리 충·방전 용량, 에너지밀도를 좌우하는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만들기 위한 원료다. 비교적 저가에 활용되는 천연흑연과 고성능 제품에 사용되는 인조흑연 등이 활용되며,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관련 원료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며 전세계 점유율 선두 입지를 구축해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이 원료·음극재 생산 등에 투자하며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에서 흑연을 들여와 세종, 포항 등에서 천연·인조흑연 생산을 진행해왔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현지 지역에 원료 조달처 확대를 추진하는 등 원료 내재화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엘앤에프도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함께 천연흑연 기반의 고성능 음극재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온 바 있다.

당초 국내산 흑연 음극재는 미국의 IRA 제정 및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지정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받아왔다. 중국산 원료·소재 사용 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요건이 생기면서 한국을 비롯한 타 권역의 수요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90%에 육박하는 중국 업체의 원료·공급 점유율과 현실적인 공급망 구축 시기 등에 따라 흑연 음극재에 대한 FEOC 적용이 2026년 말로 유예되면서 관련 수혜 강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저가 중심인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점도 국내산 음극재 업계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BTR, 샨샨 등 중국 업체들이 오랜 기간 자체 공급망과 가공 기술을 쌓아온 만큼 가격·생산능력 면에서 비교적 우위가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육성 지원책 등이 더해지면서 관련 시장 진입·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작년 독일 하노버 'IAA Transportation 2024'에서 삼성SDI가 공개한 LFP+ 배터리. [ⓒ삼성SDI]
작년 독일 하노버 'IAA Transportation 2024'에서 삼성SDI가 공개한 LFP+ 배터리. [ⓒ삼성SDI]

LFP 공략 나선 K-배터리 3사…中 협력 불가피

국내 배터리 셀 3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내걸면서 중국 생태계와의 협력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광물 공급망이 미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 대중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셀 3사는 LFP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본격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울산 공장에 LFP 배터리 파일럿 라인 설치를 위한 장비 발주를 마무리하고 관련 구축에 나섰다. 해당 라인은 ESS 전용 라인으로 우선 검토될 예정으로, 관련 사업성이 확인되면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에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상업화에 돌입했다. 또 지난해 르노와의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일찌감치 전기차용 수주도 확보한 상황이다.

SK온은 지리자동차그룹 등 중국 고객사 대응을 위한 일부 라인 전환 검토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서산 공장 내 일부 라인을 각형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중국 옌청 등 현지 생산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탄산리튬과 인산, 철을 활용해 만든 배터리로 니켈·코발트 대비 저렴한 제품이다.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거운 단점이 있으나, 셀투팩(CTP) 및 기술 발전이 지속되면서 보급형 전기차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중국 업체가 LFP 배터리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당초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전기차 캐즘 발생과 높은 가격에 따라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에너지밀도, 저온 성능 발휘를 높이는 등의 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다만 LFP 배터리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국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산리튬 등 주요 원료를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그 영향력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내 광물 공급망이 미비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이 리튬·흑연 등 핵심 소재와 삼원계 광물인 니켈·코발트에 대한 광권을 확보한 반면, 국내 업계는 장기 협력 계약 등으로만 판로를 확보했다. 포스코그룹 등이 추진하는 원료 확보도 경쟁 가능한 가격대가 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LFP 배터리의 강점이 가격인 점을 고려하면, 광권을 확보한 중국 업체 대비 필연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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