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종속화 韓 음극재, 정부 지원 기대감 '반신반의'…"가격 경쟁력 확보 절실"[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탄탄한 원료 공급망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저가 음극재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어 개별 기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보조금과 같은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지게 된다면 중국 기업과의 경쟁, 수익성 방어 등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흑연과 관련해 "국내에서 포스코(그룹)가 만들고 있는데 국내 생산 촉진 방안을 새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검토 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 5조원 규모로 조성된 정부의 공급망안정화기금과는 별도의 재정 사업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지원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흑연은 배터리 충·방전 용량, 에너지밀도를 좌우하는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만들기 위한 원료다. 비교적 저가에 활용되는 천연흑연과 고성능 제품에 사용되는 인조흑연 등이 활용되며,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관련 원료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며 전세계 점유율 선두 입지를 구축해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이 원료·음극재 생산 등에 투자하며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에서 흑연을 들여와 세종, 포항 등에서 천연·인조흑연 생산을 진행해왔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현지 지역에 원료 조달처 확대를 추진하는 등 원료 내재화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엘앤에프도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함께 천연흑연 기반의 고성능 음극재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온 바 있다.
당초 국내산 흑연 음극재는 미국의 IRA 제정 및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지정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받아왔다. 중국산 원료·소재 사용 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요건이 생기면서 한국을 비롯한 타 권역의 수요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90%에 육박하는 중국 업체의 원료·공급 점유율과 현실적인 공급망 구축 시기 등에 따라 흑연 음극재에 대한 FEOC 적용이 2026년 말로 유예되면서 관련 수혜 강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저가 중심인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점도 국내산 음극재 업계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BTR, 샨샨 등 중국 업체들이 오랜 기간 자체 공급망과 가공 기술을 쌓아온 만큼 가격·생산능력 면에서 비교적 우위가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육성 지원책 등이 더해지면서 관련 시장 진입·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서는 다가올 2026년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 공급망관리(SCM) 체계에 중국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공장을 짓고 원료를 수급·수출하는 등 IRA 우회로를 찾고 있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며 보조금 혜택에 대한 기류가 변하고 있는 탓이다. 또 전기차 캐즘 여파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미드니켈·코발트 프리 등 저가형 제품을 앞다퉈 개발하는 점, 국내 기업들의 음극재 원료 공급망 형성이 더뎌 중국에 의존하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언급된 흑연 관련 지원안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소재 및 원료 공급망에 대한 투자와 지원책을 통해 업체를 육성해온 만큼, 이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답변이 나왔다는 의미다.
직접적인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현재 정부는 저금리 대출이나 투자 세액 공제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이어왔지만, 업계에서는 수익 방어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보조금과 같은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특히 음극재 등 화학소재 가공 산업의 경우 원재료 가격과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수익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투자에 따른 세액 감면이나 대출보다 광권 확보와 같은 해외 원료 투자, 생산에 따른 보조금 지원 등이 원가 절감에 더욱 실효성이 있다는 게 업계 측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국내 흑연 음극재 국산화의 본격적인 확대 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당장 중국의 영향력을 떨쳐내기는 어려운 탓에 실제 공급 확대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IRA FEOC의 유예가 끝나고, 본격적인 원료 공급망 다각화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관련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음극재뿐 아니라 양극재 등 필수 소재와 배터리, 전기차 등 다양한 영역의 지원을 거듭하며 전세계에 저가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라며 "국내 지원책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불확실성이 가중된 현 시점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 수익성 개선을 비롯한 전반적인 생태계의 회복 시그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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