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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유료방송규제 손질 나선 정부, 이견 조율 관건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케케묵은 유료방송규제 손질에 나섰다. 유료방송시장이 정체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에 따라 미디어 산업이 급변하면서,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유료방송 자율성을 확대해 투자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미디어를 규제 안으로 묶기 보다는, 기존 미디어 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와 관련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 ▲허가·승인·등록제도 개선 ▲인수합병 활성화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 ▲채널 구성·운용의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공정경쟁 및 시청자 권익보장 강화 총 6개 항목 24개 과제를 제안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규제 완화 논의에 포함된 개선안은 많지 않다. 면면을 살펴보면, 십수년전부터 논의되고 정부에서 추진해 온 과제들도 포함됐다. 이에 이번에야말로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해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시에 업계 합의가 필요한 과제들도 있다. 콘텐츠 사용료,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 업계 갈등 중심에 선 대가 이슈는 빠졌지만 지역채널, 재송신, 커머스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이견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방송사 소유‧겸영 규제를 폐지하고,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현행보다 더 많이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PP 대형화와 콘텐츠 투자 유인을 제고하고, 방송사 간 M&A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놓고 우려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는 2006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시절부터 제기돼 왔고, 세계적으로 유료방송 간 소유‧겸영 제한이 풀리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 정서상 공영방송 가치를 대기업과 외국자본으로 확대한다는 점은 좀 더 섬세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특정 사업자가 지배력을 과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가장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개선안 중 하나는 지역 커머스다. 지역채널에서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정민 교수는 홈쇼핑 채널과 지역채널 커머스가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역채널 커머스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홈쇼핑과 다른 목적을 가진 상품으로 구성하는 등 기존 홈쇼핑과 다르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김문연 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장은 ”커머스를 허용하면 지역채널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물러선 홈쇼핑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데이터PP에 지역채널까지 더해지면 불보듯 뻔하다“며 ”홈쇼핑 과잉은 한국 방송산업 발전에 역기능을 상당부분 초래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사 전체가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모바일,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실시간 채널과 홈쇼핑의 달콤함을 단념할 수 있느냐. 다채널 유료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홈쇼핑 정책적 접근을 완화하는 부분에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채널 구성과 운영 자율성을 확보하는 개선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채널 번호와 관련해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번호는 플랫폼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좋은 상품과 프로그램 경쟁력이 중요하지, 채널 번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사전규제는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힘 있는 사업자의 불공정한 행위, 지배력 남용 여부를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채널 개편과 관련해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는 채널 배치에 자유로운 넷플릭스를 예로 들며, 유료방송 또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PP쪽에 힘을 싣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계약이 완료된 PP들이 피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송출수수료 제도 개선 없는 채널 개편 횟수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문연 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장은 채널 개편 자율성을 확대 병행하는 안에 일정 부분 공감하나, 선계약 후공급부터 명문화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테스트PP 채널에 대해서는 반대 기류도 나타났다. 정부가 콘텐츠 제값받기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김문연 전 협회장은 ”달리 해석하면, 플랫폼사가 테스트를 하려고 1년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채널을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IPTV사 40여개 채널을 무료로 1년간 서비스하는 구조를 정부가 승인하겠다는 뜻과 다름 없으며, 중소PP는 돈을 받지 못한 채 견뎌야 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과기정통부는 규제완화를 놓고 대립하는 의견을 수렴한 후 유료방송 전체 생태계 큰 틀에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채널 커머스에 대해서는 지역경제 활로 및 방송접근 기회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홈쇼핑채널처럼 24시간 운영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으며, 제한적 조건 아래 허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대통령령)’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선방송 시설 변경허가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 절차’ 등 각종 가이드라인은 연내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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