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아니라는데"…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 나오는 이유 [IT클로즈업]

김도현
- '순수 파운드리' TSMC와 비교…업계 "삼성만의 장점도 있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TSMC와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 발표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증설이 안갯속이다. 또 최근 파운드리 분사설에 시달렸다.

사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는 수년 전부터 제기된 이슈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설계와 생산 둘 다 한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애플 퀄컴 등이 고객이자 경쟁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를 떼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17년 시스템LSI 사업부 소속이던 파운드리 팀을 독립 부서로 분리했으나 여전히 삼성전자의 소속된 조직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사업장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사 가능성이 재차 불거졌다.

업계 1위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시장을 장악했다. 반도체 제조에만 집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들과 거래를 텄다. 지난 2015년부터 애플의 반도체를 독점해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와 물량을 나눴지만 패키징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아이폰용 AP를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분사할 생각이 없다. 작년 초에도, 이달에도 ‘계획이 없다.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분사 카드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투자금 확보와 사업 구조 문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020년 연간 매출은 14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당장 미국에 세우려는 파운드리 공장에 필요한 비용은 20조원 수준이다.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는 1대당 2000억원에 달한다. 수년간 수십대를 추가해야 한다. 단순 계산해도 100조원을 넘어선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자립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구축 중인 경기 평택 2공장(P2)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라인이 공존한다. 3공장(P3)도 유사한 방식을 취할 전망이다. 다른 사업장 역시 같은 건물이 아니어도 두 라인은 매우 인접한 상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EUV 적용 범위를 파운드리에서 D램으로 넓혔다. 사업부 간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IDM 체제가 삼성전자에 항상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 요소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는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는 추세다. 다만 이들은 설계 경험이 많지 않다. 삼성전자는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테슬라와 구글의 칩 수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인텔도 삼성전자와 상황이 같다. 인텔도 설계 노하우를 전수하고 ‘x86’ 아키텍처와 경쟁하는 ARM과 리스크파이브 등의 에코시스템도 적용하기로 했다. IDM이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나가는 흐름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요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가 수년간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고객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라며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협력사를 가릴 수 없기도 하다. 당장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사를 선택할 명분이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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