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ASML도 온다"…韓, EUV 생태계 조성 '잰걸음'

김도현

- EUV 포토레지스트·블랭크마스크·검사기·세정장비 등 개발 및 공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산업이 업체별 경쟁을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이 화두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EUV 생태계가 꾸려지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ASML은 경기 화성에 EUV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부지를 확보 중이다.

앞서 ASML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경기도·코트라(KOTRA) 등과 투자 협약을 맺었다. 오는 2025년까지 우리나라에 트레이닝 및 재제조 센터가 집적된 EUV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ASML은 EUV 노광장비 독점업체다. 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간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현재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 기간)은 24개월 수준이다. 지난해 31대, 올해 40대 내외 생산될 정도로 물량이 많지 않은 영향이다. EUV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기존 장비 수리 및 연구용 장비 개조 등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과 달리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등 특수한 파장이다. 이 때문에 노광장비 외 소재와 다른 장비 등도 EUV 전용으로 맞춰야 한다.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EUV 포토레지스트(PR)다. PR은 포토마스크에 쬐는 빛을 흡수해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가 그려지도록 하는 핵심 소재다. JSR 신에츠화학 도쿄오카공업(TOK) 등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제재 품목 올랐을 정도로 중요한 제품이다.
동진쎄미켐 영창케미칼 SK머티리얼즈 삼성SDI 등은 내재화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나노종합기술원이 성능 평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고난도 기술을 요구해 시간은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일본 TOK와 미국 듀폰이 EUV PR 국내 생산을 결정한 점이다. 국내 업체 개발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TOK의 경우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한국 고객사와 관계 유지를 위해 인천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에스앤에스텍은 EUV 포토마스크 원재료인 블랭크마스크를 준비 중이다. EUV 포토마스크와 블랭크마스크 역시 호야·울코트·아사히글라스 일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에스앤에스텍은 내년 EUV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EUV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전용 펠리클 사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펠리클 전문업체 에프에스티도 EUV 펠리클을 개발 중이다. 양사는 작년과 올해 삼성전자에 수백억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주요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PR – 블랭크마스크 – 포토마스크 – 펠리클로 이어지는 EUV 소재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에프에스티는 EUV 펠리클을 탈부착하는 장비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기존 ArF 대비 펠리클이 얇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 능력이 요구된다. 펠리클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외에 EUV 펠리클 검사장비, EUV 포토마스크 보관용 포드(POD) 검사장비 등 제작에도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솔은 EUV PR 테스트 장비를 개발 완료했다. 국내 EUV PR 기술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이엔지는 반도체 웨이퍼을 담는 풉(FOUP) 세정장비를 EUV 전용으로 공급 중이다.

반도체 업게 관계자는 “EUV 시대가 도래한 만큼 국내 협력사들도 고객사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관련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 번에 모든 걸 내재화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나라를 EUV 허브로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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