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ESG시대의 개막과 대안신용평가

박기록
글: 크레파스(CrePASS) - 김민정 대표(사진)

최근 E.S.G가 화두다. 재무적인 성과만을 판단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 및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으로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적용,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관점의 적용이다.
급격하게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된 것은 E.S.G를 투자 조건으로 강조하는 투자사들의 움직임이 늘어난다는 이유뿐만이 아니다.

특히 MZ세대의 52%는 친환경 등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하고,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70% 이상은 만약 친환경 등 가치를 준수하는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면 급여삭감도 감내할 수 있다는 등의 조사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이제는 ‘좋은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 회사’의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 분야에서도 꾸준히 진행돼 왔다. 신용스코어가 발명되고 소매금융이 확대되면서, 금융사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담보나 보증을 요구했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 담보가 없는 개인에게도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에는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그 동안 금융의 대상고객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 까지도 포용하기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은 공급자 중심의 관점을 유지하고 있고, 어떠한 개인을 고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불량의 가능성이 있는 신청건의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금융사 내부의 리스크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과거 금융거래 기록을 확인하여 우량한 거래 이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신을 제공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식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자동화된 대출심사가 반복되고 확산되면서 실제로는 신용이 있는 사람인데 금융정보가 부족하거나 신용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함께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는 부작용도 존재하고 있는 사실이다.

어느 때 보다도 ESG금융이 강조되는 지금, 특히 ‘사회에 유익한 일을 행하는 금융’ 관점에서, 기존에 ‘우리회사에 유입되는 연체만 막으면 되었'던 신용평가를 보다 포용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금융정보 중심의 신용평가의 한계

크레딧 스코어링은 과거 금융거래 기록이 유사한 대출건을 그룹화해 항목별로 구간별 우불량 비율을 계산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동일한 금융거래 경험이 있으면 동일한 점수를 받게되다 보니, 개인의 성향이나 개별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고, 점점 더 자동화되는 비대면 금융환경 하에서는 개인의 성향 등 정성적 요인을 반영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신용스코어는 완벽한 도구가 되지 못한다.

제시된 그림을 살펴보자. 구간별로 금융정보 중심으로 볼 때, 고객은 리스크의 정도에 따라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등급의 연체율은 0.06%이고, 이것은 5등급 연체율 보다 0.5% 낮을 뿐이다.

또한, 5등급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는 연체를 해서 5등급의 점수를 받은 사람 보다 금융거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5등급인 사람이 더 많다. 비슷 비슷한 금융 정보를 가진 5등급 중에서 누가 부실이 아닌 98.69%에 속할 것인지를 예측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사의 신용평가는 부실에 속하는 1.31% 중에서 혹시 고객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발생할까봐 더욱 보수적으로 금융거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신용심사가 쉽고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정보를 중심으로 획일화 되면서, 은행의 심사 업무를 효율화 하기 위한 툴이었던 신용스코어는 특정 금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화 되기도 했다.

원래 신용등급은 ‘가까운 미래는 가까운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과거 금융 거래가 양호한 사람은 미래에도 양호할 것이라는 가설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상은 과거 처럼 모든 사람이 매월 일정한 수입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도 않고, 또 과거 처럼 모기지 대출, 신용카드, 오토론, 학자금 대출 정도만 확인하면 한 사람의 금융 생활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또한 빅데이터와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데이터를 처리하여, 간과할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실들을 포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1950년대에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를 통해 계산 가능했던 분석들은 이제는 작은 노트북 한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오랫동안 모아왔고 관행적으로 사용해왔던 금융데이터 중심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더 복잡하고 노력이 많이 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멀쩡한 고객을 불량으로 오인식하여 거절’하는 오인식 비율을 줄임으로써, 금융을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포용할 수 있는, 더 따뜻한 금융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의 보강을 모색할 때이다.

성향 Character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의 접근

모바일 통신기술의 발달과 데이터 처리 및 분석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흘려버렸던 수많은 빅데이터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새로운 기술환경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이 접속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SNS를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이용 패턴 데이터 등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원으로 등장하였다.

머신러닝 등 분석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는 개인의 신용과 상관없는 듯 보였던 디지털 족적 데이터에서 수백개의 패턴을 추출하여 더 안정적이고 일관성있고 관리에 꼼꼼한 패턴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 졌다. 행동과학적 연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 대안평가를 적용하여 더 신뢰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상환 약속 준수율이 높다는 것이 검증됐다.

대안 'Alternative'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보니, 대안신용평가를 기존 신용등급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안신용평가는 기존의 신용등급에 더하여 추가적인 대안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기존에는 예비 불량과 함께 거절했던 예비 우량들을 덜 거절하기 위해, 그리고 성향을 인지함으로써 고객을 더 잘 이해하여 만족도 높은 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선점하기위해 더욱 유용한 툴이 된다.

실제 적용결과, 대안신용평가 모형은 금융 신용등급으로는 동일한 리스크 구간에 속한 사람들을 세분화 함으로써, 잠재시장을 발굴하고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 가능한 포용적 금융을 위한 대안신용평가의 접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신용등급’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기존의 사업자 외에는 새로운 접근이 불가능했다. 새로운 신용정보법에 의한 규제 완화에 따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정보를 사용하는 신용평가업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발전된 분석 기법을 활용하면 기존 신용평가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전통적 신용등급’이 60년 넘게 지켜온 불합리한 편견의 제거라는 가치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이 세상에 힘이되는 유익한 금융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앞으로 신용평가의 대안적 접근이 더욱 주목하여야 할 일일 것이다. <끝>

* 본 컬럼은 디지털데일리가 올해 7월 발간한 <2021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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