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모리 겨울 온다?…삼성·SK, 투자 지속 '정면돌파'

김도현

- D램·낸드 공정 전환으로 수익성 향상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메모리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지난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메모리 업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재고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9만8000원→8만9000원)와 SK하이닉스(15만6000원→8만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기대비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7만원대,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연중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시장 우려에 양사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메모리 호황이던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반기 역시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듯 두 회사는 계획대로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2공장(P2) 및 중국 시안 2공장 추가 투자가 막바지 단계다. 공사 중인 생산라인은 연내 가동 예정이다.

평택 3공장(P3) 구축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P3 완공 시기를 2022년 하반기로 제시했다. 당초 업계에서 추정한 시점(2023년 상반기)보다 수개월 앞당겨졌다. 이달 들어 신성이엔지와 클린룸 설치 계약을 맺었다. 기한은 2022년 6월까지다. 다음 단계는 장비 반입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과 논의 중인 상태다. 4분기부터 장비 주문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예정대로 시설투자에 돌입했다. 앞서 ‘내년 투자분의 일부를 올해 하반기에 집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M16과 충북 청주 M15, 중국 우시 C2F 등에 장비를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부터 테스 유진테크 주성엔지니어링 한미반도체 등과 연이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기조가 메모리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두 회사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견조한 서버 고객사 수요와 메모리 세대교체에 따른 생산량 조절 효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 양산한다. 기존 3세대(1z) D램과 128단 낸드 비중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공정이 바뀌면 초기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이 떨어져 생산량이 감소한다. 더욱이 1a D램에는 극자외선(EUV) 기술이 도입돼 처음부터 높은 수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차세대 D램 표준인 DDR(Double Data Rate)5 적용도 본격화한다. 증설과 테크 전환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공급이 조절된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건 시장 수요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공급 과잉, 가격 하락 등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메모리 세대교체에 따른 수익성 향상으로 상쇄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