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간 넘겠다더니… IBM 왓슨, 왜 의료계에서 애물단지 됐나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인간을 대체한다는 목표를 가졌던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SW) 왓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반면 국내에선 왓슨의 대항마로 한국형 AI 의사인 '닥터앤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국내 의료계에서 주목받았던 인공지능 기반 의료 솔루션은 미국 IT서비스 업체 IBM의 왓슨(Watson)이다.
IBM은 지난 2006년 왓슨 개발에 착수, 지난 2015년 4월 왓슨헬스를 론칭했다. 이후 국내서도 사용되며 의료계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 현지서 왓슨이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오만의 산물이 됐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등, 실패 사례로 기록될 위험에 처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NYT)는 10년 전 세웠던 IBM의 AI 인간 대체 확신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NYT는 IBM에 재직했던 과학자의 말을 빌려, 왓슨은 본래 퀴즈쇼 트리비아 게임(trivia game)용으로 만들어졌다. 단어 패턴을 알아내고 예상 응답을 맞추는 등 개발 의도 자체가 2단계 인지 능력 도달에는 부적합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은 왓슨이 병원 등지서 쓰일 수 있게 몇 년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왔다. 왓슨의 사용처에 한계를 두지 않고 새 시장을 찾는데만 골몰했다는 설명이다.
당시만 해도, 업계서 왓슨과 같은 형태의 AI가 없었기에 IBM은 클라우드 시스템과 AI를 회사 내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2011년엔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나가 우승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진이 왓슨의 사용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 데이터는 복잡하고 방대해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이 필요한데, 왓슨은 이를 분석하기엔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왓슨은 특히, 헬스케어 부문서 암 치료 모델을 강조하는데, 관련 데이터를 AI가 처리하려면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필요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이러한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왓슨에겐 부재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IBM은 의료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주가도 클라우드·AI 경쟁사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보다 떨어졌다. 시장에선 매각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왓슨은 크게 왓슨 헬스 온콘로지(Health Oncology)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왓슨 포 클리니컬 트라이얼 매칭(Watson for Clinical Trial Matching),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로 구성된다.
국내 의료게에서 왓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의료계 데이터 누적에 따른 AI 진단 등 정밀의료 구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IBM에 따르면, 의료진의 암 치료 지식과 왓슨의 데이터 처리를 결합한 '왓슨 포 온콜로지'는 가천대학교길병원·건영대학교병원·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부산대학교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부산대병원은 포 지노믹스(for Genomics)도 사용 중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7년 이후 들어왔는데, 만족도는 반반이다.
부정적인 평가와 관련, 의료업계 관계자들은 왓슨 내 데이터가 한국인과 맞지 않거나 질병 진단 예측 정확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부산대학교병원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왓슨 사용을 중단했다.
반면 건영대학교병원·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은 지속해 활용하며 의료인의 보조 역할로서의 왓슨에 만족한다며 지속 사용 의지를 밝혔다.
한편으론 IBM 왓슨을 대체할 인공지능 의료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닥터앤서의 경우 정부가 지난 2018년부터 의료계·정보통신기술(ICT)계 인프라를 모아 한국형 AI 의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나온 결과물이다. 닥터앤서측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닌 보조하는 것으로 AI 역할을 한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진단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환자의 빠른 진단을 돕지만 의료계의 AI 활용은 인간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을 보조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닥터앤서 1.0의 안정에 따라 2.0의 개발에도 착수, 지난 4월과 이달에 연이어 관련 보고를 공유하며 의료 소프트웨어 정착의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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