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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대안은?…“게임 긍정적 가치 높여야”

왕진화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 보다 더 디테일해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지난 25일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셧다운제만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으나, 이를 대체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서 청소년보호법 등 관련법을 바꿔야 하는 법령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10년간 운영돼 왔던 만큼, 해당 규제 폐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2일 오후 공동 개최한 ‘게임 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 토론회’에선 해당 규제에 여러 관계로 얽혀 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취합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대체적으로 해당 규제 폐지 취지에 대해 공감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 주체로서 인정을 해야된다는 부분을 높게 봤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을 제외한 이들은 정부가 부모, 교사 등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판도라의 상자처럼 셧다운제 폐지로 인해 게임에 대한 또 다른 규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이 밖에도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떨치기 위해선 국내 게임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먼저 이날 조승래 의원은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과 수면시간 확보의 목적으로 운영된 것인데, 최근 두 달간 ‘과잉규제 정책’으로 지목 받게 되면서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며 “이제 폐지 수순을 밟게 됐지만 관계 법률들의 개정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게임은 절대악이 될 수 없고, 셧다운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승자나 패자는 없다”며 “게임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는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면서 확산돼가고 있고, 또, 한국은 메타버스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은아 의원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도 뚜렷하지 않은 규제가 실행되다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많이 일어났다”며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 한정으로 ‘성인 게임’이 된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이어 “일방적으로 틀어막기만 하는 규제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를 이제 다시 여야의 협력으로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임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황성기 교수는 “청소년은 보호대상으로서의 지위와 기본권주체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는데, 이러한 이중적 지위는 본인과 보호주체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자율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가족의 자율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못하기 때문에 헌법상에서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번을 기회로 청소년보호정책의 패러다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을 보호의 객체로만 보지 말고, 인권의 주체로서도 비로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게임 과몰입 청소년 및 가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청소년보호정책을 전환한다면 셧다운제 폐지로 야기되는 문제들도 차츰 해소될 전망이라는 게 황 교수의 의견이다.

발제 발표에 이어 토론에서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로, 게임을 옥죄는 규제들이 오히려 쏟아질지, 게임계의 ‘희망’이 튀어나올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 리터러시 사업이라는 명칭은 어색한 부분이 있다. 게임 제대로 즐기기 등 좀 더 편한 단어를 선택했으면 한다”며 “이번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환경 조성도 발표됐는데, 여기에도 꽤 많은 예산이 배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좀 더 많은 노력을 실질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게임방송인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이머들이 바라는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 등은 청소년들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며 “게임산업 변화를 바라는 게이머들은 게임기업들의 각성도 바라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이미지 구성은 게임사들의 역할도 크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이로 인한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등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더 고민하는 게임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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