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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VS PP, 콘텐츠 대가 갈등 여전…‘라운드 테이블’ 제안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국내 방송콘텐츠 공정거래를 위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자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내 플랫폼 사업자(IPTV‧케이블)와 프로그램사용사업자(PP) 간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정부는 ‘라운드 테이블’까지 제안했다.

8일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와 PP 간 입장은 여전히 엇갈렸다.

이날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은 CJ ENM 등 대형PP에서 요구하는 ‘선계약 후공급’으로의 거래체계 변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요구했다. 또 라운드 테이블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수신료를 비롯해 마케팅 비용, 인프라 투자 비용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혁 본부장은 ”선계약 후공급을 해야 하지만, 분기별 평가 등 다양한 지표와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견이 있더라도 갈등으로 보지 말고, 시장에서 결정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만약, 콘텐츠 송출을 중단하더라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옵션의 자유도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 임준현 컨슈머사업 담당은 선계약 후공급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중소PP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PP는 채널 생존이 중요한 만큼, 먼저 프로그램을 공급한 후 추후 계약을 맺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대형PP 협상력이 커진 만큼 이해관계자 간 합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임 담당은 “힘센 PP와 만나면 실제 평가를 배제하고 PP 제작비와 투자비 등 그들의 기준만을 제시하며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다”며 “평가 기준과 결과에 따른 어느 정도 협상 폭은 있어야 하지만, 그 안에서 협의한다는 이해관계자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CJ ENM은 콘텐츠 경쟁력에 방점을 찍었다.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국내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고, 웹툰과 웹소설 등 지적재산권(IP)도 많은 상황에서 제작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재원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플랫폼 사업자가 가입자를 유지하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올리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투자비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며 ”볼만한 콘텐츠를 대우해 제작을 활발하게 해야 플랫폼이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통용되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배중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은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를 통해 실무적 초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과 논의를 거쳐 정부 정책 방향을 공청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관은 ”유료방송에서 거래 합리화 정책목표를 분명히 하려고 한다“며 ”기준을 설정한 후 공개‧설명‧보고를 통해 책무를 묻고, 이를 위반하면 시정조치하고 잘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픈루트 김용희 전문위원은 발제를 통해 불합리한 콘텐츠 가치 책정은 사업자 투자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며, 결과적으로 콘텐츠 품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김 위원에 따르면 인터넷TV(IPTV)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액 비율은 지난해 2015년 대비 –1%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종합유선방송사(SO) 매출액 대비 사용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IPTV 24.9%‧SO 61.3%)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제작 투자가 감소했던 지난해를 제외한 지난 2015년 대비 2019년까지 콘텐츠 투자비는 연평균 약 4.5% 수준으로 늘어났으나, 플랫폼으로부터 지급 받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연평균 약 1.8% 상승했다.

김 위원은 ”IPTV 사업자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2.1%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2020년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료방송 수신료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률 증가 폭은 감소했다“며 ”콘텐츠 사업자 투자 규모 확대 속도에 비해 프로그램 사업자가 지불하는 대가 규모와 속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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