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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대박’ 쫓는 카카오 내부 경쟁, 무리한 수익화 불렀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카카오의 고속 성장에는 계열사들의 연이은 상장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카카오는 단숨에 그룹사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겼다. 주가는 고공행진 했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한국 최고 부자가 됐다.

하지만 ‘고속’이 ‘과속’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카카오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무리한 수익화로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고, 진출한 업계와의 마찰도 잦아졌다. 일각에선 소위 ‘상장 대박’을 쫓는 카카오의 내부 경쟁이 과열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6일 그룹사 시총 1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날은 카카오의 실적 발표일인 동시에 자회사 카카오뱅크의 상장일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시총 31조원을 찍었고, 국내 1위 금융회사 KB금융지주를 제쳤다. 덕분에 카카오는 삼성·SK·현대차·LG 등 굴지 기업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다음 타자로 나섰고,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재팬 등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들은 늦어도 내년 상장을 점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카카오 시총은 단기간 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공개(IPO)가 과도한 수익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들어 택시기사 대상의 월 9만9000원 유료 멤버십을 출시했고, 소비자 대상으로도 스마트호출의 이용료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했다. 스마트호출의 경우 결국 인상을 철회하긴 했지만, 택시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가 거대 플랫폼의 발톱을 드러냈다는 비판만 남겼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IPO를 앞두고 회사의 흑자 전환을 위해 무리한 수익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벌써 4년째 적자 상태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카카오 실적 발표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올해 연간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 카카오모빌리티로선 유료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가 상장 대박을 내면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계열사들의 초조함도 커지는 눈치다. 실제로 계열사간에는 먼저 상장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창 카카오 주가가 치솟았을 때 계열사들 가운데 자기들 회사 먼저 상장하게끔 해달라는 요청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주가가 꺾일 때 상장하게 될까 우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이런 이유로 불협화음을 낸 사례다. 두 회사는 일주일 차이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결국 카카오페이가 일정을 늦추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계열사간 사전 조율도 없었단 뜻이다. 사실 카카오처럼 동시다발적으로 IPO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룹 계열사 상장은 시장의 주목도나 기관들의 투자한도 관리를 고려해 적어도 반년에서 1년은 간격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KB금융지주를 넘어서는 몸집이 된 현상이 카카오 자체에는 안 좋은 영향이 됐다”며 “이는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성장 위주 전략을 우선하게 되는 시그널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 교수는 “이게 오히려 IPO 과정에서 내부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계열사들은 카카오라는 가치관보다는 투자자 입김과 상장 압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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