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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는 왜 ‘엡실론’을 인수했을까?

최민지

-해외 첫 M&A, ‘디지코’ 전략 속 포트폴리오 재편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첫 해외 인수합병(M&A) 기업으로 ‘엡실론’을 선택했다. 2025년 100조원 규모에 이르는 글로벌데이터 산업을 정조준해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디지털플랫폼기업 KT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엡실론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신 관련 기업을 추가적으로 M&A한 후, 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내다볼 수 있다.

KT는 지난 9일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지분 100%를 약 17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엡실론은 서비스형네트워크(NaaS) 플랫폼을 통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클라우드와 전세계로 연결하는 글로벌 커넥티비티 제공 사업자다.

KT는 엡실론 최대주주 말레이시아 쿠옥그룹과 2대 주주 스톤패밀리 지분을 전량 가져왔다. 대신증권 자회사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와 공동투자로 진행됐으며, 지분구조는 비밀협약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KT는 엡실론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며 이사회에 참여한다.


KT 구현모 대표는 “지금까지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데이터 연결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많은 불편이 있었으나, 세계에 서비스 거점을 보유한 엡실론을 인수해 글로벌데이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대한민국 기업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세계 글로벌데이터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아시아 최고 디지코 기업으로 도약해 KT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구현모 대표가 예고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과 맞닿아 있다. 구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와 성장체질로 변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수합병, 자회사 분사 후 상장, 대규모 지분 맞교환 방식 등을 시사해 왔다. 지난해 구 대표는 “KT 내부에서 M&A 전문가로 커 왔다. 내년에 몇가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구 대표는 그룹사 포트폴리오 재편을 적극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디어다. 미디어사업의 경우,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을 분사했다. 특히, KT스튜디오지니를 미디어 콘트롤타워로 세우고,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시장까지 목표로 한다.

엡실론도 이러한 KT 디지코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다. KT는 엡실론을 글로벌데이터 사업 확장을 위한 ‘볼트온(Bolt-on)’ 전략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IT플랫폼 솔루션, 데이터센터, 해저 광케이블 인프라 등 글로벌 통신 필수분야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를 엡실론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엡실론이 글로벌 통신‧데이터 관련 기업 M&A 주체가 되는 셈이다. 미디어‧콘텐츠 사업 컨트롤타워가 KT스튜디오지니라면, 글로벌 통신 분야에서는 엡실론이 그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 엡실론은 KT에 합병되지 않고 별도 법인으로 기존처럼 사업을 운영한다.


엡실론은 20개국 41개 도시에서 260개 이상 해외분기국사를 보유하고 있고 런던, 뉴욕, 싱가포르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본사와 지점을 연결하는 글로벌데이터 서비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NaaS 플랫폼 등을 제공한다. 주요 파트너는 노키아, 주니퍼네트웍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 IBM클라우드, 오라클클라우드, 알리바바클라우드 등이 있다. 지난해 엡실론 매출액은 약 590억원이다.

이에 KT는 엡실론 기존 인프라와 파트너‧영업망을 유지‧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해 시장판로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안정적으로 확대한다. 동시에, KT 디지털전환(DX) 역량을 투입한다. 향후 3~6개월 간 엡실론은 전세계 파트너십 관계를 넓히고, KT와 협력해 새로운 시너지를 실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KT는 글로벌 역량을 확장하고 신규‧기존 고객 네트워킹에서 새로운 수준의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을 제공한다. 기업고객(B2B)의 디지털전환과 글로벌사업을 지원하는 향상된 국제 네트워킹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엡실론은 “국제 네트워킹에서의 입지 확대는 KT 사업의 중요한 다음 단계”라며 “클라우드와 디지털혁신 전략이 전세계적으로 성숙해지면서 국제 네트워킹 기능을 확장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KT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엡실론은 사업범위를 확장하고 NaaS 플랫폼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민첩한 글로벌 네트워킹은 디지털 혁신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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