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오징어 게임’ 전화번호 노출 논란 확산··· 피해보상금이 100만원?

이종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휴대전화번호 노출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명함에 기입된 8자리 숫자가 작품과 관계 없는 일반인의 휴대전화번호와 같기에 생긴 현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에서 노출된 8자리 번호에 010을 붙여 전화를 거는 이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번호가 노출된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10년 이상 같은 번호를 사용했고, 현재는 하루 4000건 이상의 연락이 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노출된 번호가 영업용 휴대전화번호인 만큼 번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난처한 상황에서 제작사는 “나간 것은 어떻게 할 수 없고, 의도치 않은 부분이라 번호를 바꾸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며 피해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겠다”··· 법적인 처벌은?

휴대전화번호는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다. 개인정보가 노출된 만큼 개인정보보호법(이하 개보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제3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문제는 피해자는 분명하나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제작사는 싸이런픽처스, 유통사는 넷플릭스다. 문제가 발생한 만큼 제작사와 유통사가 대처를 해야 한다는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실제 개보법 위반으로 처벌될지는 불분명하다. 개보법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을 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대상으로 각종 의무 및 책임을 부과한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진이나 제작사, 유통사 모두 개인정보처리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호하고, 또 악의적으로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노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출된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이들도 처벌하기 어렵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전화를 반복적으로 발송하는 것을 막는 ‘문자테러 금지’ 조항이 있다. 다만 이 경우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이 반복해서 하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수차례 반복해서 연락을 하는 이라면 처벌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다른 영화·드라마는?

영상 촬영물에서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 사태와 같은 일이 매번 발생하지는 않는다. 촬영을 위해 임시 휴대전화번호를 직접 개통하거나 촬영 관계자의 번호를 사용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제공하는 한국영화 스크린 노출용 제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2011년부터 마련된 해당 제도는 ‘여고괴담4’ 등을 연출한 최익환 감독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555’ 국번은 창작물에 쓰이는 전화번호를 사용 중이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한국영화로 분류되지 않는다. 영진위에 스크린 노출용 번호 제공 요청을 했더라고 받아들여졌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사태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규제·지원책 부재가 부각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콘텐츠 송출·시청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합의가 현실적··· 소송 실익 기대하기 어렵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14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작사가 ‘이미 노출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만큼 이후로도 피해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휴대전화번호를 변경하는 것 외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다만 10여년 이상 사용한 영업용 전화번호를 막대한 수익을 얻을 제3자의 실수로 바꾸는데, 그 피해보상금 100만원이 적절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합의나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큰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듯하다. 합의 절차를 밟는 것이 실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인간 합의 외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에서 운영하는 개인정보 분쟁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조정을 신청하면 전문가들의 심의를 통해 조정안을 제시받을 수 있다. 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략하다는 이점이 있다. 개인정보위를 통해 개인정보침해 신고 및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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