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적자 기업에 ‘카카오’ 이름 붙였더니…김범수의 수상한 투자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2017년 스크린골프 시장 2위 업체 ‘마음골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수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당시 마음골프의 지분 약 25%를 보유한 3대 주주였던 덕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의 개인 투자 회사이자 카카오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14년 마음골프에 투자를 단행, 지분 24.5%를 확보했다. 당시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지분 34.7%), 김병관 전 웹젠 대표(지분 25.7%)에 이어 세 번째 주주가 됐다.

마음골프는 그 당시 SG그룹 핵심 자회사인 SG&G가 지분 59.41%를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가 8개월만에 매각한 상황이었다. 기존 경영진과 SG&G간 견해차가 컸던 탓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김범수 의장은 기꺼이 마음골프에 투자를 진행했다. 문태식 대표와 한게임 설립멤버로 동고동락한 친분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문제는 카카오게임즈가 마음골프를 인수하면서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마음골프를 471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마음골프가 2년 전인 2015년 인정받았던 기업가치(130억원)보다 약 3.5배 불어난 액수였다. 이후 마음골프는 카카오VX로 사명을 바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로 편입됐고, 기업가치는 단숨에 7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할 당시 마음골프는 만년 적자 기업으로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2년간 누적 결손금은 84억원, 납입자본금은 28억원이지만 자본 총계는 12억원에 불과했다. 60억원이 넘는 차입금으로 유동성 문제 또한 있었다. 업계는 사실상 도산 직전에 내몰린 것으로 봤다.

성장성 측면에서도, 마음골프는 스크린골프 업계 2위 업체긴 했지만 1위 업체인 골프존과는 점유율 격차가 상당히 컸다. 100억원대 매출을 냈던 마음골프와 달리 골프존은 2016년 당시 매출이 1968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SG&G가 마음골프 지분을 철수한 이유 중 하나도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 의장의 개인 회사가 투자한 지인 회사가 자본잠식과 불확실성에도 카카오의 유망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된 것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성공적인 상장을 하면서, 문 대표는 물론 김 의장 또한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수 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둬들이게 됐다. 문 대표는 현재 카카오VX의 대표다.

이는 김 의장이 상장 대기업인 카카오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지인의 회사를 인수하고 개인의 이익을 편취했다는 의심과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카카오는 2016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최근 시가총액 기준 6위 그룹사로 몸집이 커진 만큼, 기존 재벌 기업의 잣대로 본다면 용납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가 마음골프 인수 당시 내세웠던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 신사업 추진도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다. 현재 카카오VX의 사업 부문은 ‘스크린골프 예약’ ‘카카오 골프 예약’ ‘스마트홈트’ ‘골프용품 판매’ 등 4개로, 이 중 대부분의 매출은 스크린골프 예약과 골프용품 판매에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카카오VX가 신사업보다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골프장 무료 수수료 정책 등으로 골목상권에서의 영역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2019년 시작한 골프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 골프 예약’은 단기간에 급성장해 현재 플랫폼을 통한 예약건수로는 기존 중소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