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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골라태우는 ‘카카오택시’, 서울시 칼 꺼냈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서울시가 카카오택시를 향해 칼을 꺼냈다. 택시 플랫폼시장 90% 이상 점유하는 카카오택시 첫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플랫폼택시로 인한 시민 이용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플랫폼사 서비스 영향력이 커지면서 승객이 택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플랫폼사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고, 유료서비스 가입 기사에게 선호지역 우선배차 혜택을 부여하는 등 사실상 승객 골라 태우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택시 이용 시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택시 이용 때 불만사항은 ▲특정시간대 차량 수배 어려움(58.1%) ▲단거리 수배 어려움(55%) ▲배차까지 대기시간(32.7%) ▲기사의 빈번한 호출 수락 취소(15.2%)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이용불편 현장 실태조사 ▲허위로 예약등을 켜놓고 대기하며 호출앱을 악용해 승객을 골라 태우는 불법행위 집중단속 ▲플랫폼택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학 태스크포스(TF)팀 가동 등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승객 골라태우기 등 플랫폼택시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에 법령 개정을 꾸준히 건의하고, 카카오택시에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논의하는 등 시 차원 노력을 계속해왔다”며 “그럼에도 플랫폼사 독점구조로 인한 시민 불편은 물론 택시 업계 불공정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 보다 강력한 대책으로 업계 개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우선, 서울시는 플랫폼시장을 독점하는 카카오택시 승객 목적지 표시와 선호지역 우선배차 서비스(유료)로 인한 시민 이용불편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한다.

조사는 목적지 표시에 따른 장‧단거리 선택 여부, 기사의 선호지역 우선배차 서비스 가입 여부에 따른 배차 성공률 및 소요시간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호출에 성공한 배정 차량번호를 확인해 최근 불거진 카카오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또, 카카오택시 호출앱을 이용하는 택시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 업체 조사원이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택시를 직접 호출‧탑승해 조사한다.

서울시는 이달 중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결과는 카카오에 전달해 자발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국토부와 공정위 등 유관기관과도 공유해 제도 개선을 꾀한다.

이와 함께 카카오택시 등 택시앱을 악용해 장거리 승객 등만 골라 태우는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밤마다 서울 강남, 홍대 등 승차거부 집중 발생지역 8개소에서 시행한다.

단속 대상은 허위로 예약표시등을 켜놓거나 빈차표시등(택시표시등)을 꺼놓고 쉬고 있는 택시로 가장한 채 카카오앱 등을 통해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택시다. 택시 예약표시는 예약 시에만 점등되도록 해야 한다.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택시 승차거부 민원 대부분(9월말 932건 중 787건)이 택시앱을 악용한 골라 태우기다.

아울러, 이달 중 서울시와 택시업계, 플랫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학 TF’를 가동한다. TF에서는 ▲택시업계 자체 플랫폼 확보방안 및 시 지원 필요사항 ▲플랫폼택시 지속가능한 관리방안 ▲플랫폼택시 관련 택시사업자 및 운수종사자 지원방안 ▲플랫폼택시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합리적인 플랫폼택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는 앱을 통한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기 위해 시에서 인가하는 택시운송가맹사업에 대해 ‘목적지 미표시’를 의무화할 것을 면허조건으로 하고, 여객법에도 ‘목적지 미표시’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등을 국토부에 건의해 왔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택시 혁신이 시대적 과제이긴 하지만, 플랫폼사 독점구조가 계속되면서 불공정 문제를 야기하고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등 시민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이를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해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불편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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