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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상자산 과세 ‘밀어붙이기’…조세 저항 심화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없이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계산 방법 등 실무적인 부분에도 논란이 있을뿐더러, 주식시장 및 해외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 최근 기획재정부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수익에 대한 과세 계획을 밝혔다. 또 국정감사에선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 대한 과세가 사안으로 등장했다. 이에 업계는 향후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9곳 중 28곳을 불러 과세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에선 소득세법에 따라 가상자산명세서를 작성하는 방법과 당국에 제출하는 절차 등이 안내됐다.

국세청은 취득가액을 증명할 수 없는 자산에 대해선 취득가를 0원으로 산정해 제출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가상자산 소득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매입원가)을 뺀 금액이며 과세는 여기에 20% 세율을 적용한다. 이 때 외부 지갑에서 거래소로 보낸 탓에 매수가, 즉 매입원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현재 자산 가치 자체를 ‘소득’으로 간주하라는 의미다.

이 같은 계산방법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매입원가를 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원가를 0원으로 보면,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기재부가 과세 계획을 밝힌 디파이 수익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최근 디파이로 얻은 이자 수익에 대해 25%를 원천징수하고, 이자‧배당소득 합계가 연 2000만원 이상일 경우 기본세율 6~45%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디파이는 운영 주체가 정식 사업자가 아닌 탈중앙화자율조직(DAO) 형태인 경우가 많다. 즉 원천징수를 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서비스 자체도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로 구동되기 때문에 중개자가 없으며, 서비스 내 거래도 개인 간 거래(P2P)로 이뤄진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파이의 특성상 원천징수를 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을뿐더러 개인 간 P2P 거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 의원은 “이자 수익으로 원천징수하는 것은 디파이 수익을 ‘금전대차거래’로 보는 것으로서, 코인을 ‘금전’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의 방침과도 모순된다”며 “원천징수 세율이 25%로 코인 양도세율인 20%와 다른 점도 정부가 제대로 과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조세 저항은 심화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오직 가상자산 탄압뿐인 홍남기 부총리님, 누구를 위한 과세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3만 8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과세를 논하기 전 과세 시행이 일단 시장에 충격은 없는지, 관련 산업을 보호할 수는 있는지, 투자자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인지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데 동의를 한 만큼, 가상자산 투자자 대부분은 세금을 낼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주식시장과의 불평등을 철폐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춘 후 과세해야 한다” 주장했다.

노 의원도 “과세를 안 하자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유예를 통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후 시행하자는 것인데도, 정부가 세금을 거둘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국민에게 세금을 매기면서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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