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플랫폼, 사회적책임 져야"···온플법 앞서 이용자보호 논의

임재현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특정 사업 영역 중심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대형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한 플랫폼에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고,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면서 영향력 또한 커졌다. 이에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4일 열린 제12회 통신서비스 이용자주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 웹세미나에서는 ▲국내외 법제 동향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 ▲온라인 플랫폼 민원 및 피해 사례 등 '온플법'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미국도 규제 필요성 인식…"규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날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적 플랫폼 업계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지만 플랫폼 입법을 주도하는 건 유럽연합(EU)"라면서 작년 말 논의를 마치고 현재 발의 중인 EU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을 주목했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플랫폼-사업자 규정(P2B Regulation)을 시행 중이다. 플랫폼 종속성이 강해지며 사업자와 플랫폼 간 지위가 불평등해지고, 이러한 일방성을 고려해 공정 관계를 만들자는 취지의 법이다. 대표적 내용으로 자사 플랫폼이 아니면 불이익을 주는 최혜국대우와 비슷한 'MFN 조항' 명시 및 공개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이 소비자는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논의된 것이 DSA, DMA다.

최경진 교수는 "DSA, DMA는 모두를 보호하는 법안"이라며 "현재 한국에서 계류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은 DSA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단순 매개 사업자뿐 아니라 초대형 플랫폼까지 모두 대상으로 하며, 유형을 나눠 단계별로 규제 차등을 둔다.

제재 수준도 강력하다. 매출액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여한다. 최경진 교수는 "제조업 이익이 보통 10% 이하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물리는 것"이라며 "국내 법안도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 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는 글로벌 플랫폼에 시장이 잠식당한 상태지만, 한국은 독자 플랫폼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나라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입법할 때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역시 올해 플랫폼 규제를 골자로 하는 6개 법안이 통과됐다. 최경진 교수도 이 점을 짚으며 "전 세계 플랫폼을 주도하는 미국도 규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기본적 시사점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토대로 플랫폼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임질 때 됐다"=김용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시장 및 산업 측면에서 분석했다. 김용재 교수는 "스마트폰 등장 이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는 통신사 주도아래 네트워크 경쟁 중심이었다면, 이후는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 경쟁 체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모바일과의 결합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기반 사업자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 행태 역시 롱텀에볼루션(LTE)가 등장하며 단순 정보 서비스 위주에서 음악 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 위주로 변화했다. 전통적인 서비스인 음성·문자 비중은 1% 미만이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김용재 교수는 "플랫폼 성공 핵심 요소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플랫폼은 한계비용(서비스 하나를 추가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 네트워크 효과와 더해 시장 쏠림과 고착화가 일어나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용재 교수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규제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문제는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직접 제품을 생산해 자사 플랫폼에 판매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플랫폼이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산업 진출을 금지시켰다"고 덧붙였다.

김용재 교수는 "결론은 관련 정책 동향이 이용자 보호 및 공정경쟁 등 공익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질 때가 됐다. 스타트업이나 ICT 업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비자 피해 대다수는 3040=비대면 시대가 확산하며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용자 수 증가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 보호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플랫폼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한다"며 플랫폼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2020년 소비자시민모임 조사 결과, OTT 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17년에 비해 2년 새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는 MZ(밀레니얼+Z)세대였지만, 소비자 피해 호소는 3040이 더 많았다. 대부분이 무료 체험 서비스 후 자동 유료 전환되는 것에 대한 상담이었다. 윤명 사무총장은 "사업자는 전환 사실을 알렸겠지만,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다"며 플랫폼이 의무를 다했다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상품은 번거로울 만큼 확인 절차를 거친다. 플랫폼 업계 역시 전달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윤명 사무총장은 "3040이 온라인 경험이 있지만,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에는 낯설다"고 설명했다. 이벤트 적립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으며, 결제 및 송금 오류 관련, 충전금 환불 및 결제 관련 상담이 뒤를 이었다.

최근 가장 많이 늘어난 민원은 중고 거래 관련이었다. 윤명 사무총장은 "특히 개인 간 중고 거래 관련 상담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며 "거래상품 품질 관련이 주된 민원이었으며, 역시 3040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해킹으로 인한 계정 삭제 후 복원 요청, 명의 도용이나 해킹으로 인한 소액 결제 피해를 예로 들며 "소비자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플랫폼 업계가 이러한 피해자 구제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재현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