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기약 없는 ‘온플법·전상법’에 속 타는 판매자·소비자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힘이 든다.”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배달·숙박·가맹점 중소상공인들을 대신해 지난 23일 대표자들이 한데 모여 어려움을 토로했다. 플랫폼 업체들이 골목시장까지 진출하니 이를 외면할 순 없고 입점을 하면 과도한 수수료·광고비 때문에 판로 확대에도 불구 생계를 위협받고 있단 주장이다.

2주 전 벌어진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태에서도 e커머스 책임론이 부상했다. 가장 최근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11번가를 제외한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구매자들은 판매자와 상품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놓고 중개업체라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발을 빼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땐 오픈마켓 신뢰도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e커머스 시장 성장 속도는 과거 대비 지난 1년간 급속도로 빨라졌다. 시장이 커지면서 입점업체 및 소비자들과의 거래 관계도 복잡해지고 새로운 유형의 피해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전자상거래법(전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상거래에서 공정거래 질서 확보가 주요 골자다.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들에 ‘갑질’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행위를 규정한다. 전상법은 소비자가 온라인 거래에서 겪는 피해 방지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도 함께 책임지는 내용을 담는다. 기존 오픈마켓 외 중고거래·라이브커머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판매 등 새로운 판매 방식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커머스 시장 환경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마련은 현재도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온플법·전상법 제·개정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 눈에 띄는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많이 복잡해지고 성격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새로운 법안 시행 전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고 충분한 검토도 필요하다.

문제는 온플법의 경우 입법 지연 원인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주도권 싸움에 있다는 점이다. 두 부처가 내놓은 법안은 비슷하지만 공정위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관계에, 방통위는 소비자까지 포함한 포괄적 불공정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두 부처 기싸움으로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의 고충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새로운 법안의 신중한 검토 때문이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이유라면 하루 빨리 중재안을 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