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홈쇼핑의 ‘지역채널 커머스’ 우려는 엄살일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케이블TV 지역채널에 커머스 방송도 할 수 있게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채널 커머스는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직접 출연해 10~15분 가량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언급된다. 정부가 의지를 보인 만큼 홈쇼핑업체들이 직접적으로 반발하진 않지만 불편한 기색을 조심스레 내비친다. 당장 이 모델이 홈쇼핑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를 시작으로 향후 사업이 어떻게 확장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 잠재적 위협이 추가됐다는 의미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을 두고 홈쇼핑업계가 엄살을 피우는 걸까. 그렇다기엔 이들이 말하는 우려가 충분히 현실성 있게 느껴진다. 지역채널 커머스 목적은 판매수수료를 통한 수익확보가 아닌 지역채널·경제 활성화라고 한다. 전문가들도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다. 지역 상품을 그 지역 주민들이 비프라임 시간대 TV를 보고 주문할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공적 목적이 강하다지만 커머스 방송은 어찌됐든 ‘잘 팔려야’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역채널 커머스가 지역 소상공인 등 상품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케이블TV 콘텐츠 투자재원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결국 상품이 잘 팔려야 한다. 어려운 지역채널 운영인력에 대한 투자비용이라도 가져가게 해야한다는 주장에는 판매자 입장이 빠져있다. 새롭게 판로를 확대하는 판매자 중 누구도 ‘적당히’ 판매되고 끝나는데 만족하진 않는다. 판매자가 방송에 직접 출연해 상품을 설명하는 이유도 진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물건을 더 잘 팔기 위해서다.

단순히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방식이 꼭 커머스여야 할 필요는 없다. 커머스 방송을 도입하려면 물건이 팔리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언급되고 있는 지역채널 커머스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방식이다. 결국 향후 방송을 프라임 시간대로 옮기거나 편성 비중을 확대, 혹은 다른 상품군으로 확장 등 포맷이 변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홈쇼핑 및 라이브커머스 전략과 유사해진다.

과거 미디어를 통한 상품판매를 하는 사업자는 TV홈쇼핑이 유일했다. 여기에 데이터홈쇼핑(T커머스)가 추가됐고 최근엔 라이브커머스 등장으로 방송사업자들끼리의 경쟁도 무의미해졌다. 홈쇼핑업계가 신산업에 대한 기득권 지키기는 이미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성역 없는 미디어 커머스 전쟁이 본격화됐음에도 엄격한 방송법이 홈쇼핑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막강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도 경쟁하면서도 경쟁사들은 하지 않는 시청자 보호·방송통신발전기금 기여 등 공적 의무도 수행한다.

결국 지역채널 커머스에 대한 홈쇼핑 우려는 결국 이러한 답답함과 초조함의 결과다. 정부에서 지역채널 커머스를 기정 사실화했다면 규제의 공정성을 위해 기존 업체들과 신규 진입자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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