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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생태계 끝판왕”…애플TV 4K 써보니 [PLAY IT]

백지영
-시리 리모트 통한 음성 검색·에어팟 연결 장점
-애플TV+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해 다소 부족한 느낌
-애플TV 앱 통해 웨이브·왓챠 등 타사 OTT도 통합 관리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애플이 지난 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애플TV플러스(애플TV+)’와 함께 셋톱박스인 ‘애플TV 4K’, ‘애플TV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국내에 출시했다. 애플TV+는 애플TV 4K를 연결한 TV 또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삼성·LG·소니 스마트TV 등에 애플TV 앱을 설치해 시청할 수 있다.

물론 애플TV+를 보기 위해선 애플TV 4K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4K HDR(하이다이내믹레인지)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등을 지원하는 만큼 애플TV+를 최고의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애플 측의 설명이다. 특히 아이폰, 에어팟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편의성과 시청 환경이 극대화된다.

처음 받아본 ‘애플TV 4K’와 리모콘인 ‘시리 리모트’를 받아본 느낌은 마치 처음 아이폰을 봤을 때처럼 견고한 느낌이었다. 가로x세로 9.8cm 정사각형 모양의 애플TV 4K에는 64비트 아키텍처 A12 바이오닉칩이 탑재돼 민첩한 조작성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도 초당 60프레임으로 훨씬 부드럽게 재생되는 것이 특징이다.

금속 재질의 시리 리모트에는 아이팟에 탑재된 ‘휠(터치지원 클릭패드)’을 채택해 영상 감상의 편의성을 높였다. 시리 리모트 대신 아이폰으로도 조정이 가능하지만, 휠을 돌려가며 영상을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또, 휠의 왼쪽을 클릭하면 영상을 10초 이전으로, 오른쪽을 클릭하면 10초씩 뒤로 이동할 수 있다.

리모콘 자체로 또 하나의 애플 기기와 같은 존재감이 느껴졌다. 마감이나 디테일의 완성도가 높다. 버튼도 간결하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렵다. 심지어 애플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따라 100% 재활용 알루미늄이 사용됐다.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함께 들어있는 라이트닝 USB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리모트 오른쪽 측면의 마이크 모양의 버튼을 눌러 음성으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면서 “시리야,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 보여줘”, “시리야, 이선균 나오는 영화 틀어줘” 등의 음성 명령을 내려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어린이나 노년층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이보다 더 편한 것은 ‘설정’이다. 힘들게 메뉴를 찾을 필요 없이 시리에게 “설정”이라고 말하면 설정 화면으로 바로 이동한다.

이와 함께 애플TV 4K에 에어팟을 연결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동시에 최대 에어팟 2개가지 연결이 가능하다. 늦은 밤이나 혼자 조용히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고 싶을 때, 마치 극장에 있는 듯한 서라운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에어팟 3세대와 에어팟 프로·맥스가 지원된다.

만약 아이폰이 있다면, 리모콘 기능과 함께 TV 색 균형조정도 가능하다. TV 화면에 아이폰을 대면 아이폰에 탑재된 조도센서를 통해 영화를 본연의 화질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처음 설정 시에도 아이폰과 연동해 빠른 세팅이 가능하다. 애플 사용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애플TV 4K에는 별도의 HDMI 케이블이 내장돼 있지 않다(대신 애플 스티커가 들어있다).

하드웨어 스펙에 비해 콘텐츠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애플의 OTT 서비스 애플TV+는 애플의 오리지널 컨텐츠만을 제공한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느낌이다. 유명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데이션’과 같은 작품은 애플TV+에서만 볼 수 있다.

또, 이번 한국 출시에 맞춰선 국내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닥터 브레인’을 선보였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닥터 브레인’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SF 스릴러물이다.

현재 콘텐츠는 한국어 자막 또는 더빙 버전이 제공되며, 청각장애인 및 난청 환자를 위한 자막이나 폐쇄자막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 프로그램엔 더빙 버전이 제공되지 않아 미취학 아동 등이 볼 작품은 많지 않아보였다. 월 구독료는 6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제공하는 콘텐츠 수가 70여개에 불과한 대신 애플TV앱을 통해 웨이브와 왓챠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시청이 가능한 것은 장점이다. 물론 시청을 위해선 개별 OTT별 구독이 필요하다. 오는 12일엔 디즈니플러스도 추가된다. 애플스토어에서 넷플릭스 앱을 다운받으면 이 역시 이용이 가능하다. 신작 영화 등을 주문형비디오(VOD)로 대여·구매할 수도 있다. 현재 기생충의 경우 구입은 7500원, 대여는 3000원이다.

애플TV 4K 가격이 23만9000원, 시리 리모트가 6만9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다양한 애플 기기를 사용한다면 연동 편의성이나 시청 환경 최적화 측면에선 좋은 선택지가 될 듯 하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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