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美투자확정③] 파운드리, 해외 진출 '너도나도'…왜?

김도현
- 삼성전자·TSMC·인텔, 현지 고객사 공략 강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시장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밀접한 지역에 신공장을 세우는 등 고객사 유치전도 치열하다.

24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톱10 연간 매출은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년대비 20% 이상 올라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내년에는 1177억달러(약 140조원)로 신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말 그대로 파운드리 업계는 초호황을 맞이했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및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이 성장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구식 기술로 치부된 8인치(200mm) 생산라인마저 가득 찰 정도로 주문량이 넘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약 1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가 투자에 나선 이유다.

삼성전자는 장고 끝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2년 상반기 착공, 2024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로 삼성전자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다. 극자외선(EUV) 장비 등 첨단 시설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 배경으로 현지 고객사 공략이 1순위로 꼽힌다. 미국에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팹리스 기업이 즐비하다. 전기차 선두 테슬라와 데이터센터 공룡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도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했다. 인근에서 최첨단 공정 수요를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상반기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대 고객사 애플을 비롯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TSMC는 미국 신공장에 120억달러(약 14조원)을 투입했다. 향후 10~15년간 애리조나에 5개 공장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일본 투자도 확정했다. 이미지센서 1위 소니와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현지 생산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TSMC는 일본 진출을 계기로 르네사스 등과도 거래를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인텔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동시에 유럽을 주요 무대로 낙점했다. 유럽에는 인피니언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가 강점인 업체들이 포진돼 있다. 현지에는 아시아 북미 대비 반도체 공장이 부족하다. 인텔은 후발주자로서 신시장을 개척하는 측면에서 유럽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TSMC도 독일 등을 후보지로 두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전장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있어 유럽 투자는 당분간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생산거점을 국내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이전하는 부분 역시 현지 마케팅의 일환이다. 중국에는 1000개 이상 팹리스 기업이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수십수백 나노미터(nm)대 공정으로 중국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은 국가대항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 공장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 40% 세액공제, 유럽연합(EU)은 반도체 투자금 최대 40% 보조금 지원, 일본은 공급망 구축 위한 보조금 법안 마련, 중국은 반도체 기업에 최대 10년간 소득세 면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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