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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인사이트] 공든탑 ‘제로페이’, 카카오페이의 먹잇감 전락?… 의문 제기되는 이유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서울시가 지난 24일 ‘서울사랑상품권’ 판매와 결제, 정산을 위한 운영사업자로 신한금융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러나 신한금융 컨소시엄에 카카오페이가 참여한 것을 놓고, 관련 업계에서 이런 저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매출 증진을 위해 도입된 서울시 지역화폐다. 서울시에 따르면 누적발행규모 1조7676억원, 사용자 126만명, 가맹점 37만9000여개에 달한다.

이번에 선정된 신한금융컨소시엄은 2022년1월부터 오는 2023년말까지 2년간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운영을 위탁받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의 판매와 연계된 약 40만개의 제로페이 가맹점, 약 190만명의 사용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신한금융 컨소시엄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한카드, 티머니, 카카오페이가 주요 업체로 참여했다.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먼저 상품권 자금관리 및 은행거래 연계는 신한은행이 맡고, 서울시 행정혁신 플랫폼 개발 및 운영, 상품권 판매대행·가맹점 모집은 신한카드가 수행한다.

대중교통서비스를 충전·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티머니가 담당한다. 기존에는 은행 계좌로만 구매가 가능했던 서울사랑상품권은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체크·선불카드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결제환경 구축, 정책 홍보 알림톡 서비스, 알리페이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카카오페이 운영사 참여… 소상공인들, ‘제로페이’ 수수료 인상될까 우려

하지만 이번 선정된 신한금융 컨소시엄 참여사중 카카오페이의 역할에 유독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몇가지 지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골목상권에 무분별하게 진입하지 않겠다는 최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상생(相生) 선언과도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말로만 상생일뿐 미래 시장 가치가 예상되는 분야에선 여전히 약탈적 시장 전략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사랑상품권 유통과 밀접하게 연계된 ‘제로페이’는 그 출발선에서부터 수익성 보다는 사회공여적 성격이 강했다. 고 박원순 시장 재직 시절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출발한 제로페이는 그 명칭이 의미하듯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카드 결제 수수료 제로’를 목표로 시작됐다.

그런데 서울사랑상품권과 연계된 ‘제로페이’ 운영에 카카오페이가 진입하게되면 과연 기존처럼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체계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택시, 대리운전, 꽃배달 등의 사례에서 보듯 카카오의 플랫폼 수수료 인상 논란이 제로페이 결제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서울시가 수수료를 선부담하기 때문에 일선 가맹점에는 직접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구조이다.

◆‘제로페이’로 축적된 40만 소상공인 가맹점 DB… 카카오페이가 사업에 뛰어든 진짜 이유?

또 다른 의문은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 전략을 강화하기위해 이번 신한금융 컨소시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사안에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서울사랑상품권 소유자는 서울시이지만 사업 운영사가 이 사업을 진행하기위해서는 결국 기존 제로페이의 고객 및 가맹점 데이터를 확보해야하고, 이럴 경우 카카오페이가 자연스럽게 관련 DB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과는 달리 오프라인 가맹점은 개척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이번 신한금융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기존 제로페이 40만 소상공인 가맹점 DB를 통해 보다 손쉽게 가맹점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고생은 제로페이가 하고 달콤한 과실은 카카오페이가 챙기는 모양새가 된다.
앞서 QR결제 방식의 제로페이는 소비자 인식 제고의 미흡으로, 지난 몇년간 가맹점 확보와 서비스 확산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가맹점과 사용고객수 등 외형 지표가 급성장했다. 서울시가 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 기반의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서 가맹점과 이용자수가 크게 증가했기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이 가맹점 확산의 계기가 됐지만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에 앞서 지난 2019년말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로페이 운영기관으로 승인받아 서울 등 전국 각 지역의 소상공인, 재래시장 영세상인 등을 대상으로 꾸준하게 제로페이 가맹점을 확장한 것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확장된 가맹점 덕에 서울 시민들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편리하고 원활하게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소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으론 이번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사 입찰과 관련해, 평가 점수 산정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무수익 사업의 성격이다. 그러나 특정 컨소시엄측이 지나치게 이권을 고려해 베팅했다는 소문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 스럽지 못하다.

어떤 형태의 사업이든지 이익을 좇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격에 따라서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서는 안되는 사업도 있다. 이번 사업이 그런 성격이다.

인구 1000만의 거대 도시 서울의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의 운영사업, 그리고 그것과 연계한 제로페이 가맹점과 사용자, 얼핏보기엔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사업자 선정이후, 제기되는 몇몇 의문을 불식시키고 당초 이 사업이 가졌던 순수한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순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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