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주했더니 수백억 손실"…'中 딜레마' 빠진 韓 장비업체

김도현

- 엔에스, 250억원 계약 해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과 거래를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다.”

한 배터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현지 시장을 공략하자니 계약 불이행 이슈가 걸리고 안 하면 매출 확대가 어려운 탓이다.

6일 엔에스는 중국 쿤산 주트론과 배터리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엔에스는 가스를 빼주는 ‘디개싱’ 공정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양사는 지난 2019년 9월3일 계약을 맺었다. 250억원 규모로 전년 매출액의 49.38% 수준이다. 1년 실적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수주였다.

하지만 쿤산 주트론은 약 2년간 3차례 납기 연기를 요청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아 거래를 전면 취소하게 됐다. 회사는 향후 위약금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중국 장쑤 인핀테크 옵토일렉트로닉스(이하 인핀테크)는 2018년 국내 협력사들과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발주 이후 장비를 가져가지 않은 채 잠적했다는 점이다.

인핀테크와 거래를 튼 DMS 탑엔지니어링 예스티 베셀 등은 연이어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이들 업체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피해를 봤다.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총 1000억원 규모 손실로 추산된다.

국내 배터리 및 디스플레이 장비사는 중국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사례 외에도 여러 건이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가 상대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거래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과거부터 중국 업체의 대금 및 잔금 지연 이슈가 있었으나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가 없다. 지속 추적하면서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헝다로부터 배터리 장비 수주를 따낸 엠플러스 유일에너테크 원익피앤이 등도 상황울 주시하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배터리 사업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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