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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출시 한달…충성팬 확보했지만 기대밖 부진, 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출시 첫 달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던 기대감 대비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자막 오역 논란과 현지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 등이 숙제로 남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12일 한국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약 한달째 국내 일간이용자수(DAU)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DAU는 출시 첫 날 59만명에서 같은 달 21일 40만명으로 32.7%나 줄었다. 출시일 이후 DAU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모바일인덱스는 전했다.

또 앱·구매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첫날인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결제한 이용자가 31만명, 결제액은 172억원으로 추정됐다.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이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가 출범 후 한달간 유료가입자 130만명을 확보했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아쉬운 성적이다. 글로벌 대형 OTT로서 넷플릭스와 비교되던 디즈니플러스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주목할 것은 장기 구독자 가입 추이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 정기결제와 1년 9만9000원 정기결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와이즈앱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총 결제건수의 52%가 1년 정기결제를 선택했다. 덕분에 디즈니플러스는 유료 결제자 수가 넷플릭스(507만명)의 6%에 불과함에도 결제금액으로는 넷플릭스 대비 약 20%를 거둬들였다. 장기 구독상품 결제가 많아서다.

OTT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가 마블과 스타워즈 등 유명 시리즈들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원래부터 해당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들만 많이 모여드는 느낌”이라며 “장기 결제자 수는 많지만 일간 사용자 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기존 팬덤 외에 일반 이용자들로 가입자 풀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 해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픽사 애니메이션 등 강력한 IP(지식재산권)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새로운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총 1만6000회분에 달하는 콘텐츠가 있지만 주류 콘텐츠가 마블 등 특정 라인업에 쏠려 있어, 여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한적이란 평가다. 디즈니는 지난 10월 진행된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20개 이상의 아태지역 신규 콘텐츠를 공개했고, 이 중 7편의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 정식 개시 이후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은 아직 국내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스핀오프 버전뿐이다.

서비스 초기 일부 끊김 현상과 자막 오역, 한글 자막 누락 등 여러 잡음도 나온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 출시 초기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디즈니의 브랜드 위상을 감안하면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정액 지불 전 ‘미리 둘러보기’가 불가능한 구조도 신규 이용자 모집에 있어 한계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OTT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넷플릭스의 동력은 콘텐츠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철저히 현지화를 했다는 데 있다”며 “디즈니의 경우 한국 제작업계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 보다는 기존에 보유한 오리지널 IP와 미국 할리우드식 제작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한계”라고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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