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中,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물거품'…"美 반대, 무산"

김도현

- 미·중 갈등,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확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미국 불허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미·중 분쟁이 반도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3일(현지시각) 매그나칩은 와이즈로드캐피털(이하 와이즈로드)와의 주식매각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매각승인심사 신청도 철회한다.

매그나칩과 와이즈로드는 공동성명을 통해 “수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M&A 승인을 받지 못했다. 계약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매그나칩은 7200만달러(약 850억원) 위약금을 받게 된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시스템사업부를 분리해 설립된 회사다.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작년에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차량용 반도체 등을 설계 및 생산한다.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3월 매그나칩은 와이즈로드에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넘기기로 했다. 상반기 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제동을 걸었다. 매그나칩 매각이 국가안보에 위험을 제기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내용에 대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검토를 지시했다. 결과 발표 전까지 거래 일시 정지 조치도 취했다.

앞서 매그나칩은 “청주 연구개발(R&D) 시설 및 구미 팹을 비롯해 지적재산(IP), 임직원 등 그대로 유지된다. 와이즈로드 투자로 회사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미국 반대를 이겨내지 못했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합병 계약이 종료된 건 실망스럽지만 독립적인 공개 회사로 주주를 위한 가치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그나칩 인수 무산의 배경으로 미국과 중간 간 신경전을 꼽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DI 등은 필수품이기는 하지만 최첨단 제품이 아니다. 안보 위험은 명분이고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을 넘기지 않겠다는 미국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 초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로닉스 인수를 불허했다. 과거 미국 퀄컴과 네덜란드 NXP M&A 심사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매그나칩 사례가 반도체 패권 다툼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한편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주요 7개국 승인을 받았다. 중국 결정만 남은 상태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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