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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P2E 게임 금지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먼저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글로벌 게임 시장이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놀면서 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 개념은 시장에서 ‘P2E’로 주로 쓰인다.

P2E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점은 이용자가 게임 내 임무를 완수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P2E 게임 안에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을 만든 뒤, 다른 이용자와 거래할 수도 있다. 이때, 구매자에게서 현금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판매금을 받는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P2E 게임 국내 서비스 불가를 다시 한 번 공식화했다. 지난 10일 게임 개발사 나트리스 P2E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에 등급분류 취소 통보를 내렸다. 해당 게임은 게임 내 임무를 완료하면 가상자산(무돌토큰)을 지급한다.

이용자들은 지급된 코인을 클레이스왑을 통해 빗썸 등에 상장된 클레이(KLAY)로 교환할 수 있다. 게임위는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한 가상자산을 벌 수 있는 점을 사행성으로 봤다.

사행성이라고 한다면 사실 다른 게임 진행 방식에서 더욱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바로 ‘페이투윈(Pay to Win, P2W)’이다. 돈을 쓴 만큼 남을 이길 수 있는 게 국내 게임업계 공식이었다. 이용자가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캐릭터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현금을 투자해야만 했다. 즉, 0.XXX%에 당첨되기 위해 현금을 부어야 하는 식이다.

일부 이용자는 몇천만원을 투자해도 원하는 아이템 하나를 갖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터지면서 P2W 방식이 적용된 게임은 이용자 외면을 받았다. 게임사가 사행성 우려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유료모델로 P2E를 구축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사는 이용자가 게임 이용으로 모은 아이템을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가져가고,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국내 규제가 풀릴 지는 요원하게 됐다.

게임위에서 P2E 게임은 사행성 우려로 등급을 내주기 어렵다고 못박고 있지만, 기존 게임에서의 사행성이 우려되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 중개 사이트에서의 게임 아이템, 계정 거래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없다.

그렇다면 P2E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해당 이슈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는 게 순서다. 그때 명확한 입장과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우려만으로 규제를 하기엔, 게임사나 이용자 모두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P2E 금지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선례가 없듯,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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