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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ESG진단②] “지구야 미안해” 환경부문 최하위 ‘D등급’ 수두룩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상장 게임사 9개사 중 7곳이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중 환경부문(E, Environment)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ESG는 기업 투자를 위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ESG 경영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이에 게임산업 전반에 환경경영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2021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NHN을 제외한 7개 게임사 ▲더블유게임즈 ▲컴투스 ▲웹젠 ▲위메이드 ▲펄어비스 ▲넷마블 ▲넥슨지티가 환경 부문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B+, NHN은 C를 받았다.

환경부문에서 A 이상을 받은 게임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게임사들이 ESG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ESG경영을 외치기 시작한 만큼, 환경 낙제점을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아직 ESG 위원회나 관련 태스크포스(TF)도 없는 곳도 마찬가지다.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해외기업 사례처럼 게임 제작 때 에너지 효율성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게임사 사례 살펴보니…데이터센터 활용 활발=글로벌 게임기업들은 온라인게임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클라우드 서버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 문제를 중요한 환경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게임기업 사이에서도 ESG 경영 보고서를 펴낸 곳은 많지 않다.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EA)가 보고서를 낸 대표 기업으로 거론된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디지털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통해 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력 중이다. 2020년에는 매출의 약 82%를 디지털 채널을 통해 창출했다. 패키지 게임 부문에서는 지난 5년간 550만파운드(약 2500톤) 이상 플라스틱 포장을 절약한 것으로 추산되며, 향후 5년간 포장 폐기물 50% 감축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적 노력은 게임 운영 단계에서도 이뤄진다. 데이터센터 선정 때 환경 영향과 에너지 효율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2020년에는 데이터센터 공급업체와 협력해 데이터센터 에너지 및 물 효율성을 측정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EA는 ▲게임 및 서비스 제공 시 탄소 배출량 감소 ▲전 세계 사무실에서 환경 친화적 선택 ▲전 세계 사무실 및 데이터센터에서 에너지 및 물의 사용 관리 등 핵심 목표를 통해 비즈니스 운영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EA는 데이터센터 내 에너지와 용수 사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내부 데이터센터 및 EA 관리 데이터센터 내 약 2500대의 서버가 소모하는 에너지 사용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EA 관리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2026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 게임 운영 전반에 대한 환경 고민 필요=이처럼 글로벌 게임사들은 게임을 돌리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중심 환경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사는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과도한 전기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용자가 수익을 목적으로 게임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이용 시간이 늘어나며 이에 따른 전기 소모도 많아진다. 이용자나 게임사 모두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불필요한 탄소발자국 증가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또, P2E는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포괄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채굴 과정에서 과도한 전기 사용을 일으켜 탄소배출량 증가를 유발한다. 이처럼 P2E 게임은 환경과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이와 관련한 행보를 나타낸 국내 게임사는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를 통해 “게임기업은 P2E 게임의 과다 전기 사용 위험성이 기후위기 심화뿐 아니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해외 국가에 미칠 사회·경제적 파장에 대해서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게이머의 게임 이용 방식 변화도 환경경영에 있어 중요 변수다. 패키지게임 구매에서 디지털 다운로드 및 모바일과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이는 게임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많게는 수천만 명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게임을 즐기다 보니, 데이터센터 게임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비가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은 대부분의 게임 이용자가 스트리밍 방식으로 게임을 이용한다면 2030년 탄소배출량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 게임산업 진흥 단체 ‘게임즈런던’, 영국게임산업협회, UN ‘플레잉 포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는 ‘그린게임즈가이드’를 통해 게임산업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안을 제시했다. 가이드에서는 게임사가 자체 탄소 발자국 측정, 데이터 저장 정책 검토, 환경 단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캠페인 진행 등으로 전세계 25억명 게이머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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