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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ESG진단①] ‘A+’ 국내 게임사 단 한 곳도 없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지난해부터 재계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영 화두에 올랐다. 신년을 맞아 삼성‧SK 등 주요 재계 그룹 임원들은 ESG를 또다시 기치로 내걸고 지속 가능 경영을 약속했다.

이러한 바람은 게임업계까지 불었다. 늦게나마 주요 게임사는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계 메가트렌드로 부상한 ESG는 글로벌 투자 결정의 주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전세계 19개국 320개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ESG 성과가 저조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응답한 기관투자자 비중은 70%에 달했다. 신한자산운용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ESG 펀드는 전년대비 6.5배 이상 성장했으며, 글로벌지속가능투자펀드도 최대 유입폭을 경신했다.

글로벌 사업모델을 채택한 게임사들이 ESG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행보는 필연적이다. 기후위기 실천 등 ESG 활동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게임 개발과 사업 운영을 위한 투자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2025년부터 단계별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럼에도, 아직 게임사 ESG 성적은 대체적으로 낮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ESG등급은 ▲S ▲A+ ▲A ▲B+ ▲B ▲C ▲D 총 7개다. 지난해 종합 등급 S를 받은 곳은 전무하며 A+를 기록한 곳은 ▲네이버 ▲SK ▲신한지주 ▲KT ▲포스코 ▲풀무원 등 총 14곳이다.

국내 상장 게임사 9개사 중 단 한 곳도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일하게 종합 등급 A를 획득한 곳은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환경부문에서 B+를 받았으나, 사회‧지배구조에서 A를 기록했다. 종합 등급 B+를 받은 게임사는 넷마블과 NHN이다. B의 경우 ▲더블유게임즈 ▲웹젠 ▲컴투스 ▲위메이드 ▲펄어비스다. 넥슨지티는 C를 받았다. NHN를 제외한 게임사 모두 환경부문 ESG 등급은 D다.

사실, 게임사는 현재 수익 모델에선 ESG 챌린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 등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일부 게임사가 캐릭터 능력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랜덤으로 뽑는 아이템을 통해 사용자의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게임사들이 앞다퉈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게임을 발표했다. 게임 내에서 돈을 많이 쓸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페이투윈(Pay-to-Win, 이하 P2W)’이 게임사 주력 수익 모델이 되면서, 무과금 또는 돈을 적게 쓰는 대다수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에 제약이 생겼다. 이에 P2W에서 P2E로 게임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소할 뿐 아니라 소외된 게이머들에게까지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P2E 게임은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불필요한 탄소발자국 증가 책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을 목적으로 게임을 할 경우, 이용시간이 늘어나 전기 소모가 많아지게 된다. 또, P2E는 궁극적으로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과도 관련된다. 가상자산은 채굴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증가를 유발, 기후위기 주범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선보인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서는 “ESG 경영은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책임, 여러 이해관계자 의사결정구조 참여 보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며 ”게임기업들이 ESG경영에 진심이라면, P2E이 과연 자신들의 약속 이행에 기여하는지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SG 경영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결국 지속가능성인데, 최근 가상자산 기반 P2E 게임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G 경영은 기본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여나가는 것, 탄소발자국을 줄여갈 것을 요구한다”며 “글로벌 게임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은 주로 게임이 돌아가는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을 덜 즐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을 돌리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나마 탄소발자국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컴투스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펄어비스도 ESG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올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발간한다.

한편, 영국 런던 게임산업 진흥 단체 ‘게임즈런던(Games London)’은 지난해 8월 게임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게임사 등을 위한 ESG 경영 가이드라인 제작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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