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신속’ 도입이 아쉬운 이유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부터 퀵서비스(배달라이더 포함)과 대리운전 기사가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7월 보험설계사·학습지 방문강사 등 12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가 먼저 적용된 것과 동일하게 이들도 구직급여와 출산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알려왔던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 공개를 꺼리는 라이더 이탈부터 제한된 고용보험 혜택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실제 플랫폼사들은 고용보험 적용이 실시된 후 각 지사 및 라이더들에게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특성에 맞춰 구직급여 지급 조건을 확대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계약해지(해고)가 발생할 일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이직일 전 3개월간 소득이 30% 이상 감소했어도 수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2020년 말 예술인 등 특고 고용보험 가입을 처음 시작할 때 추가한 내용이다.

‘실직=해고’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로 소득이 감소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졌을 때 재취업 등 비용을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현재 배달 산업이 워낙 호황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줄었을 때나, 전업으로 뛰던 라이더가 어느 날 몸이 아파져 불가피하게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 등을 대비해 보험을 들게 만든 것이다.

다만 배달업계에서 혼란이 가중된 건 산업구조가 복잡하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업계엔 배달의민족·쿠팡처럼 사업주가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와, 생각대로·바로고 등 프로그램만 공급해 라이더 고용과 무관한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섞여 있다. 대개 배달 라이더들이 두 개 이상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도 복잡함을 늘리는 요인이다.

배달 플랫폼사들에 문의가 오는 라이더 질문엔 “저에게 좋은 건 뭔가요?”,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합니까?”, “4대보험 적용이 되는 건가요?” 등 기본적 내용들이 많다. 고용보험이 이미 시행됐지만 아직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라이더가 상당수라는 의미다. 또 배달 라이더 중엔 신용불량자·기초수급자 등 개별 사유들로 애초 소득이 잡히지 않는 직종을 찾아 선택한 사람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고용보험은 사회안전망 역할보다는 소득을 공개하고 이중 일부를 거둬간다는 부정적 인식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에 대해 모르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복잡한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시행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충분히 시간을 줬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겐 촉박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라이더 고용과 무관했던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이들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자체 프로그램을 구축할 시간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이에 플랫폼사나 라이더들 사이 불만이 나오고 정부가 성과 달성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데 치중했다는 인식을 발생시켰다.

이미 시행된 플랫폼 종사자들 고용보험이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고용된 사람과 사업주 사이 경계가 흐려진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들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이 잠깐의 유행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변화라면 이들을 포용할 고용보험 역시 보다 세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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