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고용 3위’ 약속지켰지만...쿠팡의 딜레마

이안나

- 사업영역 확장하며 일자리 창출…마트·편의점 등 자영업자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이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강조해온 영역은 지역 물류센터 투자와 신규 일자리 창출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 6월 국민연금가입자 수 기준 5만3899명을 고용하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했다. 쿠팡은 2025년까지 최소 5만명을 더 고용해 직간접 고용 인원 총 1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중소상공인들과 ‘상권 갈등’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쿠팡이 신사업으로 지목한 퀵커머스와 식자재 납품,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기업간거래(B2B) 서비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며 중소상공인 터전을 뺏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 성장에 따라 기존 대형마트와 백화점 규제 완화 요구도 힘을 얻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쿠팡이츠마트’는 직매입 상품을 주문 15분 내 고객에게 배달한다. 취급품목 중 대부분은 동네 편의점·마트가 판매하는 것들이다. 음식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쿠팡이츠딜’과 소모성 물품을 기업에 공급하는 ‘쿠팡비즈’는 이제까지 중소기업들이 주로 진출해 있던 분야다. 쿠팡이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더 많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셈이다.

지난 7일 편의점주·마트주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 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여러 유통 플랫폼이 위협이지만 그 중 쿠팡이 가장 시급해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직매입 상품이 90% 이상인 쿠팡은 실상 IT기업이라기보다 유통기업에 가깝다”며 “쿠팡은 ‘플렉서’ 등 아르바이트를 도입하고 퀵커머스 사업은 다른 유통사들도 따라하고 있어 중소상인은 터전을 잃고 전국민 플랫폼 노동자화가 돼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여기엔 이제까지 쌓여온 자영업자 절박함이 포함됐다. 쿠팡과 중소상인의 갈등은 이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편에선 쿠팡이 서비스 도입 초기엔 중개수수료 등을 할인해주지만 시장을 장악한 뒤 점차 수수료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서비스 초기 파격 프로모션으로 발생한 기업 적자는 입점업체 혹은 소비자들이 보상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다른 플랫폼 기업 행보로부터 학습한 결과다.

쿠팡 비대위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창고형 마트와 식자재 납품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하고 MRO 사업은 대기업들과의 상생협약에 쿠팡 신규를 요청했다. 최악의 경우 쿠팡은 쿠팡이츠마트 등 신규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쿠팡은 이제껏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해왔다. 회사에 따르면 쿠팡과 거래하는 업체 80%는 소상공인이며 올해 2분기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쿠팡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의 상생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쿠팡 행보가 주목된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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