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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한국·대만’ 집중 해소 본격화…韓, 대응 가능할까 [IT클로즈업]

윤상호
- 업계, 작년 한 해만 美 투자 800억달러 확정
-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 美 개발 불구 동아시아 생산 75%”
- 삼성전자 ‘파운드리’·SK하이닉스 ‘중국’ 불확실성 지속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이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를 매개로 한 미국의 정치외교적 공세가 강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 강화가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인텔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팹) 시설 2개를 짓는다. 2025년 가동 예정이다. 인텔은 오하이오 투자를 최대 1000억달러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텔은 세계 시스템반도체 매출액 1위 회사다. 중앙처리장치(CPU) 점유율 1위다.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이다. 하지만 CPU 경쟁률 약화로 성장이 정체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3년 만에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액 1위를 삼성전자에게 내줬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액 1위 회사다.

인텔의 해법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진출이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 2위 삼성전자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겔싱어 CEO는 “이번 투자는 미국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인텔의 노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매출 상위권 기업 대부분은 미국 회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팹리스 매출 상위 10개사 중 미국 기업은 6개사다.

미국 정부는 인텔 투자를 매개로 미국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럴 권리가 있다고 내세웠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했다.

미국 혁신 및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통과를 촉구했다. 세계 반도체 생산 75%를 동아시아 특히 첨단 시스템반도체 90%를 대만에서 제조하는 상황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을 승인하면 최대 900억달러를 제조업 지원에 사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납세자의 돈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반도체 칩을 발명했다. 미국 정부 투자는 칩 생산비용을 낮추는데도 기여했다”라며 “그러나 기업은 일자리와 생산을 미국 밖으로 옮겼고 우리는 칩 설계 및 연구 선두임에도 불구 10% 생산에 그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도 컴퓨터 칩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찍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도체 기업을 백악관에 불러 미국 투자를 압박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유지했다. 작년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업계 공급망 정보를 제출 받았다. 결과는 이달 공개 예정이다.

작년부터 반도체 업계가 2025년까지 미국에 투자키로 한 돈은 발표한 것만 800억달러다. TSMC는 120억달러를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300억달러를 집행한다. 세계 반도체 매출액 8위 업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뉴욕주에 새 공장을 신설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파운드리 세계 4위다. 세계 메모리 매출액 3위 미이크론테크놀로지는 미국 생산을 확대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

한편 반도체 업계 고심은 커지고 있다. 경제적 변수에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원도 시장도 유한하다. 투자 실수는 영향력 및 수익성 약화로 직결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미래에 걸림돌이 생겼다. 보다 세심한 지역별 대응이 필요해졌다.

삼성전자는 TSMC와 7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고객사를 확보했다. TSMC가 수용하지 못한 주문 또는 TSMC와 복수 생산체제 구축 등이다. 인텔은 TSMC 삼성전자처럼 초미세공정 파운드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2인자 경쟁이 불가피하다. 유럽 중국 등 정부 차원 투자 압력을 거절할 명분도 감소했다. 이들 국가와 거래에 구름이 끼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시설 운영에 생각이 많아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하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올해부터 중국에서 생산한다.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중국에서 한다. 자회사 생산라인 이전 완료가 목전이다. 미국은 중국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생산장비 공급을 통제 중이다. SK하이닉스 D램 공장에 극자외선(EUV) 설비 도입을 반대했다.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에 조건을 달았다. 이례적이다. SK하이닉스는 걱정할 내용은 없다고 했다. 시장은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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