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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색깔 입는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각사 지향점은?

이안나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중고거래는 이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엔 중고거래로 교환되는 품목이 아동용품이나 전자기기 등에 집중되기도 했는데요. 이젠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면서 카테고리는 물론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연령층도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에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2008년까지만 해도 4조원 가량에 불과했는데 10년만에 5배 이상 성장했죠. 당근마켓만 보더라도 가입자 수 2000만명, 주간 활성 이용자수 100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포함해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3사가 국내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불립니다. 업계에선 3개 업체가 국내 중고거래 시장 점유율 9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각 업체가 올해 집중하려는 사업방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인데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집중하다 보면 몇 년 후엔 세 업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닌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불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걸어서 만날 수 있는 동네 주민들과 상점들이 플랫폼 안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 대표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죠. 지역별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카페와도 일부 성격이 겹치겠네요. 그런 점에서 이웃 간 중고거래는 커뮤니티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올해 집중하는 사업 중 하나는 ‘당근페이’입니다. 이웃 간 중고거래에서 간편송금 기능이 가능해진건데요. 현재는 제주도에서 먼저 출시하고 전국 서비스 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땐 다양한지역 상점 등 당근페이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인데요. 네이버페이나 제로페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당근마켓은 약 5년간 총 2270억원 투자를 받으며 3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죠. 그만큼 수익화에 대한 고민이 다른 두 업체보다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근페이를 통한 수익화 방안도 고심하고 있을 듯 합니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데 집중합니다. 두 업체는 장기적으로 중고거래를 통한 수익화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최근 번개장터가 역동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 착한텔레콤 중고폰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중고 의류 셀렉트샵 ‘마켓인유’에 투자했습니다. 브랜드 중심 취향 중고거래 앱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브랜드와 인기 카테고리 중심으로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번개장터가 적극적으로 인수 기업을 늘리는 이유는 거래 가능한 상품 품목 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 수를 보면 당근마켓이 1600여명인 반면 번개장터는 322만명으로 아직 사용자 규모 수가 크지 않은데요. 신규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해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이 다양한 상품이죠. 앱에 접속해 ‘골프’ 혹은 ‘스마트폰’ 관련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원하는 품목이 없다는 결과가 계속되면 사용자들이 다시 앱을 찾지 않을 테니까요. 올해 보다 많은 카테고리 상품들을 갖춰 몸집을 키워갈 전망입니다.
가장 이력이 오래 된 건 중고나라입니다. 모바일 앱으로만 보면 사용자 수가 100만명도 되지 않아 저조하지만 PC상으로는 아직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연간 거래액 1조원 수준이지만 중고나라는 5조원에 달합니다.

경쟁사들 대비 매우 높은 거래액을 기록하는 이유는 가격대가 높은 상품들이 중고나라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결은 명품이 아닙니다. “7톤 지게차 팝니다”, “열풍기 팝니다” 등 농지·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제품들이 하루에도 수 백건씩 올라옵니다.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서 팔지 않는 백만원~천만원 단위 상품이 거래된다는 점이 특징이죠.

중고나라는 자신들의 특징을 커머스에 접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1순위를 사람들이 들어와서 거래하도록 만드는데 둔 것이죠. 중고거래뿐 아니라 일반 상품 판매자들도 중고나라에 와서 새 상품을 팔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각자 목적과 특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들도 타깃을 정하고 그에 맞는 색깔을 입게 되는 듯합니다. 본격적으로 차별화를 시작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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