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거버넌스]ⓛ 배 하나에 사공만 셋... “토종OTT 생존 걸렸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급성장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생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정책을 놓고 각 부처 간 업무와 권한이 중복되면서 갈등도 초래됐다. 때문에 규제 적용의 일관성도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기존의 낡은 방송법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차기 정부에선 이처럼 산재된 미디어 이슈를 통합 대응할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총 3회에 걸쳐 최근 미디어업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 미디어정책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디어정책 담당 부처가 세 곳으로 산재되어 의견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미디어 지배구조(거버넌스)의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 중복규제·업무중복에 토종OTT '시름'
3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잇따른 글로벌 OTT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로 정부의 지원책이 간절한 상황이지만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디어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세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OTT사업자를 바라보는 각 부처의 시각이 달라 정책 마련엔 혼선을 빚고 있다. 사공이 많아지면서 배가 산으로 가고있는 셈이다.
특히 각 부처가 서로 OTT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면서 ‘중복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세 부처는 모두 소관법령에 OTT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제·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OTT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방통위는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중 플랫폼서비스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제정했다. 문체부는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을 통해 OTT사업자에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의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소관법령에 OTT를 포함시켜 규제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선 세 부처로부터 중복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중복 규제와 함께 부처 간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도 지적된다. 이를테면 유료방송사업자 재허가만 해도 3개의 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우 5년에 한번 재허가를 받아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통위가 개입한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가 정책을 관장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재허가 과정을 검토하고 방통위가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다.
◆지원책 심사단계에만 8개월... "미디어 거버넌스 필요하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OTT시장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OTT 지원책의 일환으로 문체부가 지난해 5월 입법 예고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과기정통부·방송위 등 3개 부처 간 이견으로 8개월째 법제처 심사단계 전에 머물러 있다.
OTT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자가 온라인비디오물에 대해 자체적으로 등급분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OTT가 특정 콘텐츠를 국내에서 서비스하기 위해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영상물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 과정이 완료되기까지 10일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영상물의 가치 또한 크게 떨어져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로 구성된 OTT협의회는 지난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원정책은 요원한데 갈 길 바쁜 한국 OTT 사업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에 OTT 업계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 OT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규제 및 육성진흥 정책의 조속한 이행을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원화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OTT는 기획과 유통, 플랫폼 단위에 있는 기술 등 모든 것을 다루는 사업자”라며 “콘텐츠 관련 정책은 문체부, OTT 이용자 보호책은 방통위 등으로 나누는 게 아닌 하나의 거버넌스가 일률적으로 정책을 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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