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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OTT 진흥 ‘빨간불’…국회-과기정통부-방통위 ‘네탓’ 공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또 진통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입법 추진이 가로막혔다. OTT 사업자 지위 신설을 놓고 서로간 입장이 충돌하면서다. 어떤 법에서 어떤 지위를 신설하느냐는 부처의 주도권과 직결돼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정책 엇박자가 일을 키웠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 정부안·의원안 놓고 서로 ‘반대’

2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달 25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2소위)를 열고 OTT 법적 지원 근거가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결을 보류했다.

이날 법안2소위에선 ▲OTT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는 개정안(정부안) ▲OTT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업자’로 새로 규정하는 개정안(추경호 의원 대표발의)이 동시 상정됐다.

하지만 정부안과 추경호 의원안을 두고 간극이 벌어졌다. 여야는 정부안에서 정의하는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가 포괄적이지 못하며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정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로 방통위는 추경호 의원안대로 OTT에 대한 새로운 법적 지위를 신설할 경우 규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과 의원안을 병합해 처리하는 안도 제안되었으나 방통위는 여기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자 과기정통부는 정부안대로 심사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박성중 법안2소위원장이 이날 법안 의결을 보류하면서, 정부안도 의원안도 모두 계류됐다.

◆ “합의했는데 왜” “법안 차이 없어”

이번 사태를 두고 국회와 과기정통부, 방통위는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안과 의원안은 사실 내용상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 방통위가 정부안을 주장하면서 의결이 보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반대로 방통위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초 논의하기로 한 정부안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가 어렵게 합의한 내용”이라며 “그런데 다시 새롭게 법적 지위를 신설하게 되면 규제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에선 방통위가 어깃장을 놓았다고 본다. 국회 과방위 야당 관계자는 “방통위 입장에선 자신들의 관할법으로 추진 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OTT를 포섭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추경호 의원안은 과기정통부 관할법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OTT 지위를 신설해버렸으니 여기에 반대한 것”이라 해석했다.

◆ 배경은 OTT 둘러싼 주도권 다툼?

그간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는 OTT 주도권을 놓고 다툼 아닌 다툼을 해왔다. 통신과 방송, 콘텐츠 영역을 아우르는 OTT 특성상 세 부처간 교집합이 생긴 탓이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문체부는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 등 각자의 관할법을 통해 OTT에 대한 법적 정의를 마련코자 했다.

세 부처간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OTT 산업은 오랜 시간 제도 공백을 빚었다.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이에 세 부처는 물론 청와대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OTT 진흥을 위해 급한 불을 끄자’는 심정으로 정부안에 합의하고 추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경호 의원안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선 전기통신사업법상 OTT 사업자 지위를 신설하는 추경호 의원안대로 간다 해도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방통위는 반갑지 않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통해 OTT를 방송·미디어의 영역으로 굳히는 것이 방통위의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 국회는 “연내 의결 어려울 수도”

법안 의결이 물 건너가자 업계의 걱정은 쌓여가고 있다. 이번에 논의된 법안은 각종 OTT 진흥 정책의 기본이 될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대형 OTT의 공세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토종 OTT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선 한시가 급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역시 12월 중으로 임시국회가 열려 연내 법안 의결이 되길 바라고 있지만, 국회에선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임시국회가 열린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과방위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추경호 의원안대로 가길 바라고 있다”며 “방통위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어렵다)”라고 전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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