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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출격…넷플릭스 “애써 미소” 토종 OTT “생존 절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경쟁이 격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은 지난 4일 열린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OTT들의 한국 진출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글로벌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입한 데 대해 여유를 내비친 것이다.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앞선 4일 애플TV플러스에 이어, 이달 12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정식 출시됐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국내 OTT 시장에 해외 OTT들이 속속 참전하면서 사업자들간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韓 OTT 시장,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양강 전망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9년 출시 첫날에만 구독자 1000만명을 찍고 2년 만에 1억1600만명까지 늘렸다. 올해 2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가 2억900만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거센 추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방어전도 만만치 않다. 사실 지난 2분기만 하더라도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 증가율이 꺾이며 우울한 실적을 냈다. 그런데 한국산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긍정변수가 됐다.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신규 유료구독자 440만명을 더하며 시장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 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은 전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구독형OTT(SVOD)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55.1%를 점유해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웨이브 22.1%, 티빙 16.3%, 왓챠 6.5% 점유율 순이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진입하면 최소 넷플릭스와의 양강 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파워가 워낙 막강하다보니 넷플릭스 입장에선 가입자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는데, 오징어게임으로 반전을 만들었다”면서 “상당한 수의 신규 가입자가 락인(Lock-in)된 만큼, 당분간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중복 가입하는 이용자 비중이 꽤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설자리 잃은 토종 OTT…콘텐츠 연합 필요성 대두

문제는 해외 OTT 공습에 설 자리를 잃은 토종 OTT들이다. 특히,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조명을 받으며, 해외 OTT들도 국내 콘텐츠 투자·수급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500억을, 디즈니플러스도 그에 버금가는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종 OTT로서는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셈이다.

토종 OTT들도 나름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형 OTT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앞서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 KT(시즌)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연간으로 치면 한 해 1000억원이 채 못 되거나 많아봐야 2000억원 정도다.

관련해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티빙도 웨이브도 콘텐츠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3~5년간 분산 투자로는 해외 OTT 사업자와 경쟁이 안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수합병까진 아니더라도 국내 콘텐츠 투자조합을 만들어 공동 콘텐츠 제작 등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종 OTT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필요성도 제기된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티빙의 경우 지난달 18일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 행사에서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대해 “언젠가 맞닥뜨릴 상대”라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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