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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코인 거래소 지각변동…‘5대 거래소’부터 ‘유니콘 기업’까지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4대 거래소’ 체제가 깨진 건데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지난 15일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았습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으면 실명계좌와 연동되는 ‘원화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게 됩니다. 원화를 거래소에 입금하고, 원화로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죠.

그동안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4대 거래소’로 불렸던 이유는 원화마켓이 있는 거래소가 4개뿐이었기 때문인데요. 이번 고팍스의 실명계좌 획득으로 거래소 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긴 것입니다. 이제 ‘5대 거래소’가 된 것이죠.

또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이슈도 있습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대열에 업비트와 빗썸이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입니다. 가상자산 산업의 규모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고팍스의 실명계좌 확보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또 업비트 및 빗썸의 유니콘 합류로 유추해볼 수 있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 규모도 다뤄보겠습니다.

◆4년 간 공고했던 ‘4대 거래소’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4대 거래소’는 익숙하게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4대 거래소 체제가 오래됐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8년 초 정부가 가상자산 실명제를 추진하면서 기존에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으로 ‘4대 거래소’ 체제가 형성됐습니다. 은행은 더 이상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았고, 이 4대 거래소 체제가 한동안 유지됐습니다. 물론 중간에 업비트가 신규 계좌를 내주지 않던 기업은행과의 제휴를 포기하고 케이뱅크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 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계좌 발급 계약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거래소 지형에 변화가 나타날 만한 일이 생깁니다.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겁니다. 특금법 상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소들만 금융당국에 신고한 후 영업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요. 그 요건은 시행령에서 발표될 예정이라 거래소들은 시행령이 발표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시행령은 2020년 11월이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건이 꽤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원화로 코인을 살 수 있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획득해야 했고, 이외에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획득해야 했습니다. 거래소 사업의 지속 여부가 은행의 결정에 달려있게 된 셈입니다.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 거래소들은 ISMS 인증을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거래소의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ISMS 인증과 달리, 은행 실명계좌는 노력해도 확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은행들이 거래소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둔 것도 아니었고, 계좌를 발급해줌으로써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대신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일 자체를 리스크로 보고 기피하는 은행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금법 상 신고 마감 기한은 지난해 9월 24일이었는데요. 당시 ISMS 인증은 받았으나 계좌를 획득하지 못한 거래소들의 불만은 커져갔습니다. 은행과 논의하려고 해도 논의할 창구도 없으며, 은행들이 계좌 발급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주요 근거였죠. 기존 4대 거래소도 마감 기한을 앞두고 겨우 계약 연장에 성공했습니다.

특금법이 마련됐음에도 불구, 결국 ‘4대 거래소’ 체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ISMS 인증을 따면서 특금법 상 신고에 수억원을 투자헀던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마켓을 닫아야 했습니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거래소들은 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으로 사업자 신고를 마쳤는데요. 원화입출금이 안 되니 고객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4대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이 됐고, 중소 거래소들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5대 거래소’ 시대 열렸다…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이런 환경에서 고팍스가 실명계좌를 획득했다는 소식은 업계에서 이슈가 됐습니다. 4대 거래소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이 틀을 깼기 때문입니다.

원래 고팍스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는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간주돼 왔습니다. 지난해 9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둔 시점에는 전북은행과 계좌 발급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었죠. 그러나 전북은행이 신고 마감날 의사를 바꾸면서 최종 계약에는 실패했습니다. 이에 고팍스는 우선 원화마켓 없이 코인마켓으로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쳤습니다.

이후에도 고팍스는 전북은행과의 협상을 지속했고, 이번에 실명계좌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전북은행 측에서 고팍스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최초 취득, 정보보호공시 유공 표창, 상장정책 최초 공시 등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인정해준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4대 거래소 외에 새롭게 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가 나오자, 가상자산 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는데요.

다수의 거래소들이 소속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고팍스의 계좌 발급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덧붙여 다른 거래소들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았으면 한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성명을 내고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통과했음에도,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거래소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타 가상자산 거래소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며 “실명계좌 발급 추가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의 전향적인 검토와 결단을 계속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단체인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도 고팍스의 계좌 발급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로 신고 수리한 26개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5개에 불과하다”며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들에게도 조속한 기간 내에 실명계좌가 발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업비트 이어 빗썸도 ‘유니콘’…가상자산 시장 성장세↑

고팍스가 계좌를 발급받을 때까지 지속된 4대 거래소 체제는 국내에 새로운 ‘유니콘’ 기업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들을 말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5일 밝힌 바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은 2020년 말 13개에서 지난해 7개가 추가됐습니다. 이 중 두나무(업비트)와 빗썸이 포함됐습니다. 그 외 직방, 마켓컬리, 리디,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 등도 추가됐습니다.

사실 두나무는 지난해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임이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2월 DSC인베스트먼트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두나무 지분을 매입할 때, 0.3% 지분에 4억 5770만원이 책정됐는데요.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나무의 가치는 1조 5000억원대였습니다.

이후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치는 훌쩍 더 뛰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다날이 투자조합을 통해 확보했던 두나무 지분을 매각할 때는 기업가치가 20조원이라는 추정치가 나왔습니다.

이달 초 이동현 리서치알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2021년 4분기 하이브와의 상호 지분 투자 건에서는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20조원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나무는 더 이상 유니콘이 아니라,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의 ‘데카콘’인 셈이죠.

이처럼 두나무는 데카콘임이 이미 잘 알려졌는데요. 2위 거래소인 빗썸까지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는 소식은 더욱 이목을 끌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그만큼 커졌고,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20일 코인마켓캡 기준 업비트의 일 거래량은 2조 6500억원대입니다. 빗썸은 9100억원대로 1조원에 가깝습니다. 매일 엄청난 금액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오고 가는 것이죠. 업비트의 회원수는 890만명에 달합니다. 업비트에서 외국인 회원은 거래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때문에 앞으로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는 가상자산 기업들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기업이 다음 유니콘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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