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디지털 혁신과 변호사의 시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법제화와 제도, 비법과 불법 사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 빅테크 기업들이 법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사내 변호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대관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인력 채용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개인 세무 시장 공략에 나선 자비스앤빌런즈는 김병규 부사장을 비롯해 백주석 변호사와 황재홍 변호사 등 세 명의 변호사를 받아들여 기업 위기관리 및 정부 대관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업 온더는 최근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셀 조직으로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법무/컴플라이언스 총괄에 목연훈 미국변호사를 선임했다.

인공지능 투자 전문기업 파운트는 김•장법률사무소 출신의 M&A 전문 인력인 이루네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나섰다.

종합온라인투자연계금융기업 어니스트펀드 장정화 전 디라이트 변호사를 법무실장으로 선임했다.어니스트펀드 법무실장으로 사내 준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회사 전반에 대한 준법절차 강화를 통한 전반적인 회사의 신뢰도 제고는 물론 문제 채권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정교화 변호사를 법무 및 정책총괄로 선임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 기관들을 상대로 하는 업무와 회사와 관련된 정책 및 법안들에 관한 업무, 소송 업무, 콘텐츠의 제작에 관한 계약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팀을 총괄한다.

법이 이미 완비돼 있는 전통산업과 달리, 스타트업 업계와 같은 혁신 산업군은 아직까지 법률 해석이 모호하거나 제도가 미비한 부분이 많아 사내 변호사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시장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대관 업무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도권에 발을 걸친 가상자산거래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 등은 물론 기존 시장에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과의 갈등과 조정에 집중할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시장과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기업들은 법무적 역량과 대정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체제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전문 인력을 통해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관철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시기적으로 3월 대선이 있는 만큼 향후 들어설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있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할 것이란 공감대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무적, 대관 능력 향상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과거 카카오페이는 금소법 논란 관련 금융당국과의 만남에 다수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드럽게 가져갈 수 있는 분위기가 변호사들의 등장으로 경직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특히 스타트업, 빅테크 들이 법무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과 상생보다는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 차원으로 비춰지는 만큼 오히려 대화의 장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시장 질서와 이러한 판을 깨뜨리려는 신규 플레이어와의 이해 조정과 갈등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법과 제도를 통해서만 이러한 질서가 재편될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디지털 전환 시장에 있어 관심이 될 전망이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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