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고물 찾아 삼만리"…韓 폐배터리 원정대 결성 이유는?

김도현

성일하이텍 헝가리 사업장
성일하이텍 헝가리 사업장
- 2025년부터 폐배터리 쏟아져…‘대형 시장’ 유럽·미국 선점 목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배터리 산업이 개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음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2025년을 기점으로 물량이 급증할 폐배터리가 대상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 몸집이 큰 유럽과 미국 등으로 떠나는 분위기다.

23일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폐배터리 배출량이 2030년 410만개에서 2040년 460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 쓰면 충전량이 줄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만큼 2025년 전후가 폐배터리 시장이 열리는 시점으로 꼽힌다.

폐배터리 처리 방식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 등에 쓰는 재사용(Reuse)과 원료를 회수는 재활용(Recycling)으로 나뉜다. 재사용 제품도 최종적으로는 재활용이 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분석 결과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는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 6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광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폐배터리 몸값은 상승세다. 개당 100만원 내외에서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폐배터리에서는 리튬을 비롯한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을 추출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집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아무리 좋은 추출 기술이 갖췄더라도 폐배터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고물 찾아 삼만리’에 나선 상태다.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성일하이텍은 이미 헝가리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미국 등에 사업장을 마련한 상태다. 유럽 최대 규모 리사이클링 파크를 구축한 헝가리의 경우 삼성SDI와 SK온 등 배터리 공장이 있는 곳이다. 신규 확장을 노리는 폴란드는 LG에너지솔루션 생산라인이 위치한 국가다.

에코프로씨엔지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그룹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을 따라 미국과 유럽에 진출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폐배터리 관련 계약을 맺은 만큼 공장 인근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코스모신소재를 등에 업은 코스모화학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고 해외 거점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 SK이노베이션은 수산화리튬 회수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2025년 이후 미국 중국 유럽 등에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미국 라이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하면서 간접적으로 재활용 부문에 발을 들였다. 이외에 포스코 GS건설 두산중공 고려아연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만큼 향후 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원료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