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韓, 배터리 소재 中 의존도 80%…대안은 '폐배터리'

김도현
-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오는 2050년 600조원 규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 등으로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핵심 소재 외산 의존도가 높은 점이 우려 요소다. 배터리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장악해 수출규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특히 중국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국내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자급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경북 포항공과대학교 포스코 국제관에서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 컨퍼런스 2021’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처리 방향 및 미래 준비’를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폐배터리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또는 리콜 제품)과 사용 후 배터리로 나뉜다. 활용법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하는 ‘재사용(reuse)’과 원료를 회수하는 ‘재활용(recycle)’로 구분된다.

국내 업체는 재활용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소재 자체 조달이 어려운 환경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메탈 수급 안정화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개화 단인 만큼 당장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 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배터리 3사는 물론 성일하이텍 에코프로씨엔지 포스코 GS건설 두산중공업 고려아연 등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요 소재를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했거나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독자적인 움직임보다는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성일하이텍 이강명 대표는 “2008년부터 폐배터리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 4분기부터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 분위기”라며 “회사 규모가 확대된 만큼 인력이 필요한데 사람 구하는 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성일하이텍은 군산 1~2공장, 헝가리 1~2공장과 말레이시아 폴란드 중국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 군산 3공장 설립과 유럽 등지에 증설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범정부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손정수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폐배터리 기술 성숙도는 80% 정도로 본다. 나머지 20% 개선의 여지가 있는 셈”이라면서 “남은 부분은 누가 먼저 채워가느냐가 세계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럽, 중국 등과 비교해서 격차를 벌리지 못하고 있다”며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스크랩은 한정적이어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소재 내재화는 물론 배터리 강국으로 도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초창기다 보니 미비한 점이 있는데 규제 등 법적으로도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업계 요구 사항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 서영태 과장은 “그동안 지나치게 움츠린 부분도 있었다.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엄격한 규제도 있었다”며 “필요한 건 열어주는 식으로 지원 방향을 세워갈 계획이다. 폐배터리를 단순히 폐기물로 관리하지 않고 시장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