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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지키면 짤리는 회사”··· 한국MS 노동조합 쟁의행위 돌입

이종현
한국MS 쟁의 모습/한국MS 노동조합 제공
한국MS 쟁의 모습/한국MS 노동조합 제공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노동조합이 쟁의 행위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업무강도에 더해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불씨를 당겼다.

25일 한국MS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 측은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NCP)’이 쟁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NCP는 70개월 동안 진급하지 못한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시 40개월분의 위로금을 받고 퇴직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동조합은 이를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는 직원들을 쫓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S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둔 ‘코로나19 수혜기업’이다. 2020년 7월~2021년 6월까지의 실적이 담긴 한국MS 감사보고서에는 매출액 1조1163억원, 영업이익 1313억원을 기록했다고 기재됐다.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은 75.5%나 늘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굉장히 늘었다.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회의가 잦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대면보다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다 보니 회의 시간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인력 충원은 미비하다. 노동조합에서 자체조사했을 때 전 직원의 업무량이 코로나19 전보다 1.5~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불만이 쌓여가는 와중에 사측이 NCP를 발표하며 논란이 본격화됐다. 노동조합 측은 “현재 한국MS는 워라밸을 지켜가며 일하면 저성과자가 되는 구조다. 결국 정상 근무자를 쳐내고, 대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직원들을 고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이후 업무량이 늘었다는 것은 MS가 지난 18일 공개한 2022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에서도 나타난다. MS는 2020년 3월 이후 자사의 협업 플랫폼 팀즈(Teams) 사용자가 일주일간 회의에 할애하는 시간이 2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간외 근무는 28%, 주말근무는 14%나 늘었다. 업무량 증가를 ‘셀프 인증’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또 노동조합은 NCP의 경우 영업 분야에 속한 이들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NCP를 반대하는 것과 별개로, 일부 직원은 NCP의 혜택이라도 받고 싶어 하지만 영업라인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또 일련의 모든 조치가 노동조합과의 상의 없이 진행됐다고 쏘아붙였다.
한국MS 블라인드
한국MS 블라인드

블라인드에는 한국MS의 채용 및 인사에 대한 불만글이 상당수 게재되고 있다. “액센추어 출신 아니면 주요 자리는 꿈도 꾸지 마”, “회의 때 보면 친한 사람들 친목회 같다”, “또센추어”, “임금 올려줄 돈은 없고 직원 짜를 돈은 있나” 등이다. 이지은 한국MS 대표가 25년간 근무했던 기업인 액센츄어 출신 인사를 우대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노동조합 측은 “이지은 대표는 직접 NCP에 대한 의도를 조합에 설명하길 바란다. 또 즉각 자기 사람들만 줄줄 뽑아대는 원칙 없고 무분별한 인사를 그만두고, 임단협 교섭에 책임을 지고 직접 해결의 자리에 나와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은 이지은 대표가 직원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지 않는다면 대표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며 “기본적으로 진급의 기준이 되는 인사고과에 대해 조합에서는 상당부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70개월 진급 정체 대상자에 대한 명예기준은 회사의 발전과 무관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한국MS가 직원 채용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채용·연봉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 크레딧잡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한국MS의 총 인원은 392명이다. 2022년 2월에는 462명으로, 2년여간 70명의 증원이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 한국MS 근무자는 “(한국MS의) 업무강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나인 투 식스(9-6)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팀즈를 소통의 창구로 사용하는데, 숨 쉴 틈 없이 업무지시가 나왔다. 점심시간에도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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