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에너에버배터리, 습식분리막 진출 '초읽기'…중견업체 공략

김도현

- SK·LG 등 국내 업체 분리막 사업 확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핵심 소재 내재화에 속도를 낸다.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분리막이 대상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는 가운데 다른 업체들도 사업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8일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에너에버)은 오는 6월부터 습식분리막 공급에 돌입한다. 코캄, 에너테크인터내셔널 등 중견 배터리 제조사와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분리막은 양·음극 활물질 접촉을 막아 단락을 방지한다. 리튬이온 이동 통로 역할도 한다. 손상 시 화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품질 이슈가 더욱 강조되는 제품이다. 분리막 밀림 현상이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으로 꼽힐 정도다.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각각 가격경쟁력과 내구성이 강점이다. 중국 상해은첩이 강세인 건식은 리튬인산철(LFP), 일본 아사히카세이와 SKIET 등이 주력인 습식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비싸지만 고부가 제품인 습식분리막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동안 에너에버는 분리막 가공만 담당했다. 해외 협력사로부터 분리막 필름(원단)을 받아 이를 분리막으로 만드는 역할이다. 지난해 8월 전북 완주에 습식분리막 공장을 착공하면서 분리막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제작한 원단을 가공해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폴리올레핀(PO)·폴리프로필렌(PP) 등 절연 특성이 뛰어난 고분자 화합물이 원단 원료다.

신공장 캐파는 5000만제곱미터(㎡) 수준이다. 향후 추가 투자를 통해 확장할 계획이다. 에너에버는 분리막 안정성 강화를 위해 양면 코팅 방식을 도입했다. 마이크로미터(㎛) 수준 초박막 원단을 양면으로 코팅해 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만든다. 에너에버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합작사(JV) 등에도 습식분리막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들어서는 건식분리막 업체 이쎌텍을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 회사는 충북 충주에 800㎡ 규모 건식분리막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캐파를 1000㎡까지 늘리고 중국 고객사 등에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습식과 건식 모두 다루는 곳은 에너에버가 유일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분리막 시장규모는 41억㎡다. 2025년까지 160억㎡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소재 의존도가 높은 점은 우리나라에 부정 요소”라면서 “국내 기업이 분리막 생산량을 늘려가는 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1위 SKIET는 한국 중국 폴란드 등에서 증설을 진행 중이다. 최근 폴란드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분리막 가공만 하던 LG화학은 도레이와 손잡고 원단 생산까지 직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출신이 설립한 분리막 업체 WCP는 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