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차마저 해외로"…K-배터리 한국 보다 해외 투자, 왜?

김도현
- 수천억원 세제 혜택 주는 미국·유럽…인센티브 부족한 한국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방 산업 확대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매년 조단위 금액 투입이 이뤄지는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업체들의 이동 경로다. 전기차 시장이 활발한 유럽과 미국 등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전례 없는 투자에도 한국은 사실상 배제됐다. 고객사 접근성, 자금 지원 등 유입 요인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을 배터리 허브로 만들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진척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사라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전기차=최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에 신규 전기차 공장 구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기존 ‘코나EV’를 생산하던 체코는 물론 미국에서도 ‘GV70’ 등 전기차를 제조할 예정이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도 후보군이다.

현대차의 결정에는 글로벌 트렌드가 배경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전기차 정책이 자국 중심으로 수립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내수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을 통해 동일한 보조금, 세액공제 혜택 등을 받아야 한다. 생산거점 이전이 불가피한 이유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 공장 비중을 늘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노조 이슈 등 내부적인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생각해볼 지점은 자동차 산업 특성이다. 통상 완성차업체는 협력사를 인근에 두려고 한다. 내연기관차 시대에서도 전장 부품 회사들은 글로벌 고객사가 자리한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장을 운영해왔다.

배터리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폴란드 헝가리 미국 등에 증설하는 이유다. 이는 소재사로도 이어진다. LG화학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등 양극재 기업을 비롯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 엔켐(전해질) 솔루스첨단소재(동박) 등도 해외 공장을 구축했거나 준비 중이다.

생태계 자체가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조성되는 흐름이다. 현대차까지 전기차 공장을 옮겨가는 만큼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지난 23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미국과 헝가리 지역 정부로부터 수천억원 상당의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에 대한 선물을 받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이 들어서는 미국 미시간주 당국은 “이번 사업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최대 1200개 창출될 전망”이라며 기뻐했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 정부는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연구개발(R&D) 허브와 선도 제조기지 및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기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지원 정책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경쟁국과 비교하면 속도나 규모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 규모 자체가 다르다. 이미 고객사가 인근에 공장을 짓는 것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금전적인 부분까지 차이가 크다면 국내 투자할 명분이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 등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는 미국과 유럽 외에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갖춘 중국 역시 자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해외 광산을 매입하는 등 자체 생태계 확립을 위한 밑그림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해외 업체를 유인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종 규제와 강성 노조는 물론 물류비, 인건비 등 우리나라에서 투자하는데 유리한 요건이 사실상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공장 세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제거해주지 않는 한 기업들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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