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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은행·증권사 넘어섰다? ‘탑2 거래소’ 실적으로 보는 코인시장 성장세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에는 국내 ‘탑2’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부터 임원 보수, 배당금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마이너 산업’에 가까웠던 가상자산 산업이 얼마나 주류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죠.

모두가 예상했듯 업비트, 빗썸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냈는데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난 한 해가 주요 이정표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탑2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과 사업내용을 살펴보며 시장의 성장세를 살펴보겠습니다. 또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가상자산 산업이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지 다뤄보겠습니다.

◆영업이익 ‘3429%’ 늘었다…두나무 실적으로 본 가상자산 시장 성장세

우선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해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2021년 별도 기준 매출은 3조 6855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조 2747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 1529억원입니다.

두나무는 업비트와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 등도 운영하고 있고요.

두나무는 전체 매출 중 거래 플랫폼이 차지하는 매출이 99.47%라고 밝혔습니다. 거래 플랫폼에는 업비트뿐 아니라 증권플러스도 속하지만, 증권플러스의 누적 거래액이 업비트의 한 달 거래액에도 못 미치는 정도이기 때문에 매출에서 업비트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약 98~99%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나무의 매출 성장세는 업비트의 성장세로 봐도 무방한데요. 매출액은 전년(1668억원) 대비 무려 2110%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020년 928억원에서 지난해 3조 2747억원으로 3429%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020년 572억원에서 지난해 2조 1529억원으로 무려 3670% 늘었고요.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얼마나 큰 폭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업비트 원화마켓에서만 무려 3470조원 치 가상자산이 거래됐을 정도이니까요.

점유율 2위인 빗썸은 어떨까요?

빗썸은 지난해 매출 1조 99억원, 영업이익 7821억원, 당기순이익 64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62%, 영업이익은 424% 늘은 수치입니다.

매출이 2000% 넘게 성장한 업비트에 비해선 떨어지지만, 일반 기업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빗썸의 성장세에서도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죠.

◆신한은행급 순이익에 증권사보다 많은 영업익…‘주류’ 된 가상자산 산업

그렇다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걸까요? 가상자산 사업은 주류 산업이 됐을까요?

우선 대표적인 금융사들과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합니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 1529억원으로, 두나무의 당기순이익과 같습니다. 영업이익은 신한은행이 더 많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이 대표 은행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증권사와도 비교해보겠습니다.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은 12조원대로, 3조원대인 두나무와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 2852억원으로, 2조원대인 두나무보다 적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89%에 육박하고, 빗썸도 80%에 가깝습니다. 가상자산은 거래가 오로지 디지털 기반으로만 이루어지고 24시간 내내 거래됩니다. 때문에 수수료 수익이 매우 큰 반면, 지점 등에 쓰이는 고정 비용이 없으니 영업이익률이 높은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SK증권이 ‘지닥’ 운영사인 피어테크와 가상자산 수탁 관련 협약을 맺고, 삼성증권이 토큰 거래 플랫폼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도 이런 수순의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억소리’ 나는 직원 연봉, ‘탑2’만의 일로 굳어질까

사업보고서에는 또 하나의 중요 정보가 나옵니다. 바로 연봉인데요.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 그리고 직원들의 연봉이나 배당금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선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배당금 대박’을 이뤘습니다. 2021년도 기준 두나무의 배당금은 약 2000억원인데요. 송 의장의 지분율은 25.66%로, 약 513억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두나무는 상장사가 아니지만, 송 의장의 배당금은 상장사의 2021년도 개인 배당금 순위로 봐도 11위 안에 드는 수준입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사 853개사의 2021년 기준 배당금을 조사한 결과, 11위인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이 412억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송 의장에게 지급된 총 보수는 상여금 약 74억원을 포함한 98억 5546만원입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은 송 의장의 절반 가량인 263억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지난해 보수는 상여금 약 56억원을 포함한 72억 4313만원을 받았고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6억 8000만원대 배당금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이 대표에게 지급된 총 보수는 상여금 21억원을 포함한 27억 9988만원입니다.

직원 연봉도 송 의장의 배당금만큼 놀랍습니다.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무려 4억 6000만원에 달합니다. 여성 직원은 1억 8800만원입니다. 이를 종합한 직원 평균 연봉은 3억 9294만원인데요.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인 1억 4400만원보다 2.7배 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빗썸 직원 연봉은 두나무에 비해선 많이 못 미치지만, 신한은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위 거래소도 주요 은행만큼 연봉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빗썸 직원 평균 연봉은 남성 사무직 1억 2600만원, 여성 사무직 88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 기술직은 평균 1억 3200만원을, 여성 기술직은 9800만원을 받았고요. 신한은행이 남성 1억 2400만원, 여성 8300만원으로 오히려 빗썸보다 약간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거래소 임원들은 배당금 잔치를, 직원들은 ‘억소리’ 나는 연봉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출 및 영업이익으로 봐도, 연봉으로 봐도 가상자산 산업이 주류화된 것이죠.

다만 이 정도의 실적 성장세는 탑2 거래소에 치중돼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코인원과 코빗은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원화마켓이 없는 중소 거래소들은 사업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산업이 주류화된 만큼, 향후 시장 내 플레이어도 늘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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