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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②] ‘엔데믹’ 기업문화 주도권, MZ세대 IT인재 따라간다

최민지
-‘다가오는 엔데믹, 비욘드 디지털(Beyond Digital)’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엔데믹(풍토병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임직원을 회사로 출‧퇴근하도록 하는 결정에 고심하고 있다.

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세대로 자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촉발된 재택‧원격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에 익숙해졌다. 이들에겐 더이상 ‘평생직장’ 개념은 통하지 않는다. 연봉뿐 아니라 사내 복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할 뿐 아니라, 퇴사와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다.

더군다나, 산업계 전반에서 개발자 등 IT 인재 구하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앞다툰 연봉인상과 인재 채용에 개발자 품귀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급기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개발자를 수급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 간 인력 쟁탈전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뿐 아니라 유통‧모빌리티‧금융 등 전 산업 영역에서 개발자 등 우수 IT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인난이다.

이로 인해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업들은 억대연봉을 내세우기도 하고, 사이닝보너스(일회성보너스) 및 스톡옵션,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인재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 IT기업이 아닌 SSG닷컴과 로앤컴퍼니(로톡)가 사옥을 강남으로 이전하는 것도 개발자 유치를 염두에 놓은 결정이다.

수요 공급의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기업 내 근무 문화 주도권은 소수의 경영진이 아니라 MZ세대 IT 인력들이 쥐게 된 사회양상이 시작됐다는 방증이다.

최근 잡코리아가 재택근무 시행 경험이 있는 기업 39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34.9%가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전사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다는 기업이 46.8%로 재택근무를 선택한 곳보다 다소 많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주목할 부분은, 재택근무를 지속 시행하기로 한 이유로 ‘임직원이 선호하는 근무형태’를 꼽은 곳은 40.6%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또한, 응답자 50.9%는 재택근무 시행이 인재 채용과 퇴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임 대표가 취임하고 제2사옥 ‘1784’를 완공한 네이버는 새로운 임직원 근무체제를 정립하기 전,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임직원 의사를 최대한 수용해 근무체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개인에게 최적의 근무방식을 묻는 질문에 ‘주5일 출근’을 답한 직원은 2.1%에 불과했다. 41.7%는 ‘주5일 재택근무’를, 52.2%는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며 유연하게 근무지를 정할 수 있는 ‘혼합식 근무’를 선택했다. 조직에게 최적의 근무방식을 묻는 항목에서도 ‘주5일 출근’을 답한 직원은 1.7%에 그쳤다. 53.5%는 혼합식 근무를, 40.1%는 주5일 재택을 택했다.

이에 네이버는 일률적 근무제에서 탈피해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문화를 기업 스스로 확정하는 것 자체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주5일 재택을 원하면 집에서 일하고, 출근하고 싶은 직원은 사무실에 나오면 된다.

1981년생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은 최수연 대표는 근무제와 관련해 “MZ세대 특징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틀에 모두를 묶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고, 본인에게 최적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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