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네이버·SSG·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 ‘빅3’가 올해 1분기 나란히 매출액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며 외형성장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수혜가 이어지며 분기당 매출을 일으키는 서비스 거래액이 커진 결과다. 이런 영향으로 11번가와 롯데온 등 중위권 업체들도 거래액 및 매출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 2분기부턴 본격적인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급성장하던 이커머스 시장 성장 추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이커머스 성장 정체가 아닌 ‘정상화’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점유율 경쟁이 계속 치열한 가운데, 일상생활 복귀 속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외형성장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도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적자폭, 쿠팡 줄고 SSG 늘고…네이버 이익창출력 강화=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9~13%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네이버와 SSG(신세계), 쿠팡 올해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시장 성장률 대비 약 2배 이상이다. 네이버·쿠팡·신세계는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유율 30%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이중 1분기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1분기 매출은 51억1668만달러(약 6조5212억원)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상수 통화(환율 변동에 의한 영향을 제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2% 성장했다.
당기순손실은 2억929만달러(약 266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감소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절반(48%)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쿠팡은 “각종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쿠팡 누적 적자는 약 6조3000억원이상으로 흑자전환까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28.3%, 전분기 대비 2.7% 성장한 4161억원을 기록했다.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18.8% 성장한 9조원이다. 쿠팡·신세계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수치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택배 파업과 계절적 영향이 있었지만 브랜드스토어·쇼핑라이브·장보기·선물하기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은 별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익창출력은 경쟁업체 대비 높은 편이다. 특히 네이버 공헌이익률은 40%에 이르는데, 이는 네이버 주요 캐시카우인 검색 사업 수준에 견줄만한 수치다. 공헌이익률은 기업이 고정비를 회수하고 순이익을 증가시키는데 이바지하는 이익으로, 사업 수익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 검색광고와 스마트스토어 기반 독특하고 안정적인 커머스 모델 장점이 거래액 성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네이버는 물류 직접투자는 피하고 SME 확보와 포인트 마케팅 등 구매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한다. 네이버 쇼핑 기본 수수료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신규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에 대해선 높은 구매 전환율 등 감안, 합리적 방향으로 수수료를 정비해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1분기 순매출액은 42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1% 증가했다. 별도 총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23% 성장한 1조5586억원이다. G마켓글로벌은 1분기 거래액 3조7980억원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매출은 3163억원이다. SSG닷컴(자회사 W컨셉 포함)과 G마켓글로벌 합산 총거래액은 약 5조4400억원이다.
SSG닷컴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외형성장에 속도를 내고, 지마켓이 지난해 12월 이마트 연결 자회사에 편입된 후 신세계그룹과 통합작업을 추진하면서 영업손실 폭은 더 커졌다. SSG닷컴 영업손실은 2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G마켓글로벌 영업손실은 194억원이다. 아직까진 수익성 개선보다 점유율 확보를 위한 외형성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SG닷컴-G마켓 유료 통합멤버십 스마일클럽을 출시해, 향후 이커머스 사업부 외형성장 및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올해 SSG닷컴과 G마켓 영업적자 194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 외형성장은 했는데...11번가·롯데온, 경쟁력 확보 시급=11번가와 롯데온 등 시장 중위권에 위치한 업체들도 1분기 매출 및 거래액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네이버·SSG·쿠팡 등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절대적 거래액이 작아 점유율이 낮은 상황이다.
11번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1분기 영업비용 증가로 26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11번가 측은 “1분기 엔데믹 도래 기대심리에 의한 이커머스의 대응 비용과 시장 경쟁 대응을 위한 영업비용이 증가했지만, 효율적인 마케팅과 비용 절감을 통해 직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은 23%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롯데온은 올해 1분기 매출은 260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7% 증가했다. 단 이는 지난해 8월 각 사업부 내 온라인 조직을 모두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하는 거버넌스 통합을 단행하면서 기준이 변경된 영향이다. 전년 1분기 실적을 거버넌스 통합 기준 적용 시, 롯데온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2% 늘고 적자폭은 24억원 축소됐다. 롯데온 포함 롯데백화점·마트 등 7개사 합산 1분기 거래액은 2조11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증가했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 11번가 국내 시장 점유율은 6%로 4위다. 네이버(17%), SSG(15%), 쿠팡(13%)과는 2배 이상 차이나며, 5위인 롯데온(5%)과 유사한 수준이다. 거래액이 커지면서 이익률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데 ‘빅3’와 비교하면 11번가와 롯데온이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기엔 어려움이 있다. 외형확장이 필요하지만 무작정 적자 폭을 키울 수는 없는 상황.
거래액 증가와 수익성 강화 사이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롯데온이 과감히 새벽배송을 포기하거나 11번가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힘주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 시기에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계획된 적자를 기반으로 한 규모 성장에 집중했지만, 온라인 시장의 둔화가 예고된 지금 상황에선 수익성 개선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커머스 업체는 판매 비중이 중개수수료 중심인지, 직매입 중심인지에 따라 매출 규모가 크게 차이 난다. 가령 컵라면을 1000원에 판매할 경우 네이버·11번가처럼 별도 판매업체가 있는 오픈마켓은 중개수수료 12%일 때 매출 120원이다. 반면 쿠팡 등 직매입 중심 업체는 매출이 1000원으로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