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D데이] '피자 두 판에 3760억원'…비트코인이라면 가능해

박세아

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픽사베이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이번에 다룰 디지털데일리 '디데이'는 '피자데이'입니다. 피자데이가 뭐냐고요? 예상하겠지만, 단순히 피자 먹는 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날은 가상자산과 깊은 연관을 가지는데요. 바로 가상자산 시조새, 비트코인(BTC)이 실제 현물거래에 사용된 뜻 깊은 날입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샀던 날입니다.

2022년 5월, 지금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가상자산으로 일부 명품도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마당에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 먹는 게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이 얼마든지 물건을 교환할 화폐로써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뜻 깊은 날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실제 매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기능했던 피자데이를 특별히 기념하고 있는데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도 피자데이를 맞아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궁금증이 생기실 텐데요.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까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냐는 것이죠.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특정 개인인지 단체인지 모를 사람이 C++ 언어로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비트코인이 2009년 등장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다수 사람이 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요. 지금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이라는 단어에 친숙하겠지만, 당시엔 소수를 중심으로 전파된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개념에 맞게 만들어진 가상자산이었습니다. 중앙기구가 없이 네트워크 참여자에 의해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었습니다. 비트코인 백서가 나온 이후 몇 개월이 지난 2009년 1월 2일, 비트코인은 최초 블록을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가상자산 역사의 의미 있는 첫 발을 뗀 것이었죠.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가상자산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중앙기구 통제 없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PC에서 채굴된 비트코인이라니. 소수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미래 화폐로 쓰여질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자산이라는 흥미로움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이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커지진 못했겠죠.

왜 비트코인이 지금과 같은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비트코인은 사용자가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나 여권번호와 같은 개인 식별 정보가 필요하지 않고 국가 관리도 받지 않습니다. 그럼 거래 정보 등 왜곡 등 문제가 나타나지 않겠냐고요? 김영삼 대통령 최고 업적이라고도 꼽히는 금융실명제도 있는데 말이죠. 여기에서부터 비트코인에 쓰인 블록체인 기술 혁신이 시작됩니다.

비트코인은 개인 식별 정보 없이 거래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인에 의해 무작위로 조작되거나, 위조나 동결 또는 파괴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이었죠. 인터넷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아이피(IP)가 남고, 사용자 거래 내역은 모두 공개됩니다. 각자 거래가 모두 블록에 분산 저장되는 방식이었죠. 모든 정보는 블록에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을 한다고 해서 정보를 조작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블록체인은 금융 인프라에 혁명을 일으키는 기술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가진 기술로 구현된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됐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09년 10월 첫 환율 공시 당시 '1달러는 0.00076BTC'이 가능해졌는데요. 이듬해인 2010년, 비트코인은 실제 매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됐습니다.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라는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처음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한 것인데요. 당시 피자 2판 가격은 40달러, 그에 해당하는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습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비싼 피자입니다. 계산해 볼까요. 22일 오전 10시41분 기준으로 환산하면 1비트코인은 2만9400달러, 우리돈으로 약 3760만원입니다. 당시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3760억원을 주고 피자를 사먹은 셈입니다.

이는 그만큼,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자산 시장이 짧은 시간 내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비트코인으로부터 착안해 이더리움과 같이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탑재한 블록체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또 많은 디앱(DApp)이 구동하기 시작했고, 디파이(De-Fi) 시장도 꿈틀거리게되죠.

하지만, 최근 루나(LUNA) 사태가 터지면서 아직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 얼마나 안정성이 있냐는 문제로 당분간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네요. 사실 이더리움 킬러체인으로 거론됐던 솔라나와 같은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불안정성 문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국내를 포함해 각국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가상자산이 달러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 자유로운 기축통화로 인정받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 방식 기술이 혁신적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자데이를 기념하며 피자 한 판씩 먹는 것은 어떨까요.

박세아
seea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