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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2019.04.03. 세계 최초 5G 상용화

강소현

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5G)의 이정표를 세운 지 3년이 됐습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2G CDMA를 상용화한 이후 23년 만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성과였습니다.

연구개발에서 상용화되기까진 10여년이 걸렸습니다. 국내에서 5G 연구개발에 처음 착수한 시점은 2011년이었는데요. 당시 언론은 5G에 대해 “4G를 뛰어넘는 기가급 속도 구현” “3D와 4D 동영상까지 모바일로 실시간 전송할 특급 기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5G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였습니다. 2017년 말 로드맵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신규 설비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 공동 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통신3사는 정부 목표(2019년 3월)에 맞춰 5G 통신환경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냈었는데요. 결국 국내 5G 상용화 목표 시점이 4월로,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가 불확실해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실제 간발의 차이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길 뻔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마지막까지 미국 최대 이동통신 버라이즌과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했습니다. 정부와 통신3사가 구체적인 5G 상용화 시점을 고려하던 중, 미국 현지에선 이런 헤드라인의 기사가 떴는데요.

“美 버라이즌:5G 서비스 일주일 앞당겨"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시점을 4월11일에서 4일로 앞당긴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에 과학기술보통신부와 통신3사는 급히 5일로 예정됐던 5G 첫 개통을 당일 밤 11시 당겼습니다. 버라이즌의 5G 상용화와는 불과 58분 차이였습니다. 피겨 선수 김연아와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 독도에 거주 중인 통신사 직원의 아내 등 8명이 각 이통사의 5G 1호 가입자가 됐습니다.

국내 5G 서비스 가입자는 상용화 이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상용화 69일 만인 2019년 6월10일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5G 시장 선점을 위해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대란 등을 일으키며 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입니다.

하지만 축배를 올리 것도 잠시, 5G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커져갔습니다. 5G가 잘 안 터졌기 때문인데요. 5G 평균속도는 LTE 대비 3~4배에 그쳤으며 곳곳에선 그나마도 안 터졌습니다. 결국 5G폰을 LTE로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이런 5G 서비스 품질은 매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과거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했던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정부와 통신사는 상용화 당시 5G를 두고 2GB 영화를 1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LTE와 비교해 20배 빠른 속도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1년이 지나 조사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2020년 8월 발표한 5G 품질평가 따르면 5G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초당 메가비트)에 그쳤는데요. LTE 평균 속도인 158.53Mbps 대비 겨우 4배 빠른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이용한 전 국민 대상 초고속 5G 서비스를 할 계획이 없음을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는데요. 이런 답변이 문제가 된 이유는 그동안 정부와 이통사에서 강조해왔던 20배 빠른 속도가 바로 이 주파수 기반 5G 서비스를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과대·허위광고에 대한 통신사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5G 상용화 3년이 흘러 이제 국내 5G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5G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그대로입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통신분쟁조정 사례집’에는 5G에 가입했음에도 여전히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등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 사례가 다수 담겼습니다. 속도도 거의 그대로입니다.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품질 평가에서도 5G 다운로드 속도는 LTE의 5.3배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통신3사의 설비투자비용(CAPEX)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5G 개통 첫해인 2019년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비는 9조5965억원이었지만, 2020년 8조2758억원, 지난해는 8조2024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올해도 3사는 CAPEX 가이던스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소비자 체감 품질 대비 고가에 형성된 5G 요금제도 통신3사의 과제입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5G 중저가요금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현재 3사의 5G 요금제는 1만원 남짓한 차이로 데이터 제공량이 10GB대와 100GB 이상으로 양극화돼 있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특히 국내 5G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5GB와 맞아떨어지는 요금제는 부재합니다.

통신3사는 소비자 불만을 고려해 수도권 밖 농어촌 지역에 무선국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3사 공동망 구축을 통해 CAPEX를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소비자의 사용 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상용화 3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초를 넘어 최고의 5G 서비스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의 편익이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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