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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경제동맹ⓛ] 바이든 "땡큐 삼성"…美 반도체 장비 업계, 韓 협력 강화

김도현
- 국내 투자 확대 기대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이동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 안내로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바이든 대통령은 연신 “땡큐 삼성”을 외치면서 양국 간 기술동맹이 굳건함을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의 한국 투자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1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주재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도 전날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미국 8개 기업 중 퀄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이하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등이 포함됐다. 해당 3곳은 윤 대통령 요청에 응할 수 있는 업체들이다.

우선 퀄컴 크리아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사업장 시찰에 동행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가 깊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투입하는 동시에 AP 제조를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긴다. 이번 방한 기간 이 부회장을 만나면서 양사 간 거래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은 반도체 장비. 양국 정상은 평택 반도체 공장 내부를 돌면서 엔지니어들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중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 3개 업체 명찰을 달고 소개한 인원들이 눈에 띄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삼성전자 3나노미터(nm)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설비를 공급한다는 부분이다.

어플라이드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다. 선두주자인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만 증착 장비가 주력이다. 이날 선보인 제품도 화학기상증착(CVD) 설비다. 증착은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막인 박막을 웨이퍼 위에 입히는 공정이다. 증착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CVD가 가장 많이 쓰인다. CVD는 가스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입자를 외부 에너지가 부여된 수증기 형태로 쏘아 증착하는 방식이다.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CEO가 21일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협력 확장이 기대된다. 이미 어플라이드는 한국법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어플라이드코리아는 올해 지난해(200명 내외)보다 1.5배 많은 300여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인원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국내 R&D 센터도 구축할 방침이다. 부지 선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램리서치는 업계 3위 수준으로 식각 장비에 특화된 기업이다. 식각은 노광공정이 끝난 뒤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단계다. 반응성 기체, 이온 등을 이용하는 건식 식각과 용액으로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습식 식각으로 나뉜다. 이날 램리서치는 식각 대신 증착 제품을 선보였다. 어플라이드의 CVD와 달리 원자층증착(ALD) 장비가 대상이다. ALD는 분자보다 작은 원자 물질을 쌓는 증착 기술이다. 박막 두께가 조절 가능한 부분, 우수한 흡착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램리서치 역시 국내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경기 용인에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를 개관했다. 주요 거점인 미국과 유럽 연구소에 버금가는 R&D 시설을 마련했다. 작년에는 경기 화성 신공장을 가동하는 등 한국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 앞서 국내 생산법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통해 현지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램리서치의 지난 1분기 기준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 한국은 24%로 2위다. 1위 중국(31%)에 삼성전자(시안), SK하이닉스(우시) 공장 몫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램리서치에 한국은 가장 밀접한 국가라 볼 수 있다.

5위권인 KLA는 반도체 계측 장비 전문이다. 계측은 주요 공정이 끝난 웨이퍼를 정밀하게 보는 작업이다. 쉽게 말해 웨이퍼에 이물질이 있는지, 회로가 균일한지 등을 살피는 과정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심화할수록 계측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계측 방식은 크게 브라이트필드(BF)와 다크필드(DF)로 나뉜다. BF는 수직으로 빛을 쏴 반사광으로 패턴 표면을 찍고 DF는 비스듬하게 빛을 보내 산란광으로 패턴 표면을 찍는 방법이다. BF는 좀 더 면밀한 검사가 가능하고 DF는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KLA는 어플라이드와 램리서치 만큼 국내 투자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 회계연도 2022년 3분기(2022 1~3월) 매출 비중에서 한국은 21%로 3위다. 중국(31%), 대만(23%) 등에 뒤지지만 램리서치와 마찬가지 이유를 적용하면 한국 의존도는 더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KLA는 메모리(37%)보다 시스템반도체(63%) 매출이 더 많았다. 삼성전다 등 국내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 공략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듀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듀폰은 미국 소재 회사로 한국 투자를 확대 중이다.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 및 화학기계연마(CMP) 패드 개발·생산 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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