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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탈TV’ 외치지만…홈쇼핑, TV의존도 여전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홈쇼핑 업계가 송출수수료 등으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TV 밖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먼저는 법인명·채널명에서 ‘TV’ 혹은 ‘홈쇼핑’이라는 단어를 없애는 추세다. 다만 여전히 TV 의존도가 높아 완벽한 체질개선을 이루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홈쇼핑업계는 TV를 벗어나 미디어 커머스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전날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창립 21주년을 맞아 “미디어커머스, 디지털 사업 등 지속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탈 홈쇼핑’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홈쇼핑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샵과 ‘밸리곰’ 등 캐릭터 지적재산권(IP)사업을 시도 중이다.

‘탈 홈쇼핑’ 시도는 롯데홈쇼핑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사업을 모바일 기반으로 옮기거나 온라인 라이브쇼핑에 치중하기 위해, 예능 콘텐츠 제작부터 인플루언서 영입 등 시도들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부터 법인명 혹은 채널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었다.

CJ ENM 커머스 부문은 브랜드명을 ‘CJ오쇼핑’에서 지난해 ‘CJ온스타일’로 변경했고, GS도 법인명은 GS홈쇼핑이지만 소비자에게 각인된 채널명은 ‘GS샵’이다. 지난 1월 신세계TV쇼핑이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KT알파가 운영하는 ‘K쇼핑’도 곧 채널명 변경을 추진한다. 채널 인지도 제고를 위해 ‘KT’ 문구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널명은 소비자가 기업을 인지하는 최접점 지점인 만큼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된다. 홈쇼핑 관계자는 “TV나 홈쇼핑을 이름에서 지운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이 홈쇼핑에 갖고 있는 편견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에 집중된 주요 소비층을 넓히고, 저렴한 제품을 묶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물론 채널명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는 곳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곳 중 하나지만 채널명에서 ‘홈쇼핑’ 이름을 떼지 않고 있다. 브랜드 전략에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법인명은 바꿨지만, 채널명은 여전히 신세계TV쇼핑이다. TV에서 송출되는 방송은 라이브가 아닌 녹화방송(VOD)으로 소비자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홈쇼핑 업체들이 이 같은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TV홈쇼핑만으론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모두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홈쇼핑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2% 감소했다. GS샵과 CJ온스타일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30.3%, 61.6% 줄었다. 미디어 커머스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문제는 채널명 변경 등으로 이미지 탈피를 시도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홈쇼핑 업체 TV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데 있다. 홈쇼핑 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직접적 이유는 네이버·쿠팡 등 이커머스의 라이브커머스 강화보다 송출수수료 인상에 있다.

송출수수료란 홈쇼핑 업체가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송출수수료를 상가 임대료로 비유하면 목이 좋은 장소일수록 임대료, 즉 송출수수료가 높아진다. 홈쇼핑업계 방송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36.8%에서 지난 2020년 54.2%로 상승하며 이미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하기 위한 채널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즉 홈쇼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면서도 TV를 통한 고정 수요를 포기하기엔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T커머스 화면비율 제한을 완화한다거나 지역채널 커머스 개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홈쇼핑 업계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위기의 가장 근본은 매출 증가분을 뛰어넘는 송출수수료 증가분”이라며 “다른 유통업체엔 없는 다양한 방송법 규제를 지키면서도 방송 매출액 56%를 송출수수료로 주고 있는데, 채널 다각화로 방송 매출 비중을 줄이고는 있지만 이 역시 업체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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